미국에 온 지 벌써 2년이 넘었다. 나처럼 (한국말을 더 잘하고 김치찜을 좋아하는) 미국인과 결혼을 해서 영주권을 받은 경우에는 처음 받는 영주권 (Green Card)가 2년간 조건부이다. 공식 명칭도 Conditional permanent resident status (조건부 영주권)로 불린다.
그 말은 즉슨, 유효 기간인 2년이 지날 즈음에 연장을 받아야 한다는 것. 이때 연장 승인을 받으면 보통 말하는 10년짜리 영주권이 나오게 되고, 이걸 받는 순간 사실상 신분상의 이슈로는 마음 편하게 지내도 된다고 볼 수 있다! (드디어)
이렇게 하는 이유는 결혼을 매개로 브로커를 끼고 사기 결혼을 하거나, 꼭 브로커를 끼지 않더라도 영주권을 목적으로 가짜 결혼을 하는 등의 경우를 방지 및 적발해 내기 위함이라고 한다. 그런 경우가 있으려나 싶기도 하지만 최근 여러 가지 geopolitical 이슈로 미국에 난민 신분으로라도 들어오려는 사람들이 많은 걸 생각해 보면 필터링하는 장치를 걸어두는 것은 현명한 절차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그래서 나처럼 멀쩡하게 2년간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면 연장을 위한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공식 이름은 I-751, Petition to Remove Conditions on Residence) 조건부 영주권 카드에 유효 기간이 적혀 있는데, 만료 일자 기준으로 90일 이전부터 연장 신청이 가능하다.
이때, 급한 마음에 하루라도 빨리 신청하게 되면 자동 기각이 되고, 기각될 경우 재신청하는 데에 대기줄 맨 마지막으로 들어가게 되어 상당한 시간이 지연되므로 꼭 확인하도록 하자. 심지어 USCIS (미국 이민국)에서 이걸 방지하기 위해 일자 계산기까지 제공한다.
USCIS I-751 신청 가능 일자 계산기
그러나 90일 계산과 무관하게 준비는 미리 시작해야 하므로 준비 절차를 살펴보자면, 크게 세 가지가 필요하다. (4번은 선택 사항)
1. I-751 Form
2. Filing fee $750 (Biometrics 유무와 상관 없이 동일함)
3. Evidence of the relationship
4. G-1145 Form (Optional, E-Notification of Application/Petition Acceptance; 진행 사항을 문자나 메일로 알려주는 서비스를 신청하는 양식이다. 관련 링크)
1. I-751 Form
I-751 Form은 접수 서류라고 생각하면 되고, 약 10장 정도 되는 양식을 그대로 작성하면 된다.
주의할 점은, 이전에는 미국 시민인 배우자가 나를 미국에 데려오는 것이므로 신청자 (Petitioner)가 남편이고 나는 수혜자 (Beneficiary)이었는데, 이제는 내가 직접 영주권 연장을 신청하는 것이므로 신청자가 내가 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양식에 나오는 배우자는 내가 아니라 배우자이고, 신청자가 내가 되어야 한다. 대부분의 칸은 전자(PDF, Acrobat reader와 맥북 기본 프로그램 모두 가능) 로 작성이 가능하고 그게 상호 알아보기에도 더 편하지만, 프린트하여 수기로 사인해야 하는 곳이 있으니 이건 꼭꼭 잊으면 안 된다!
그리고 USCIS에서 친절하게 instruction도 제공해 주니까 꼼꼼하게 읽고 작성하면 큰 문제가 없다. 정 불안하다면 구글에 "I-751 sample"을 검색해서 누군가 올려둔 샘플을 보고 대조해 보면 된다.
Form I-751 (단, 좌측 하단에 양식의 최근 업데이트 일자가 적혀 있는데 이게 예전 것이면 반영이 안 되니까 꼭꼭 확인하자)
Form I-751 instruction
*Source: https://www.uscis.gov/i-751
2. Filing fee $750
미국 이민국은 보통 우편으로 접수를 하기 때문에 접수비를 사전 결제해야 하는데,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다. 카드 결제를 원하면 따로 작성해야 하는 양식이 있어서 작성해서 자료에 동봉해 보내야 하는데, 나의 경우는 괜히 카드 정보를 유출하기 싫어서 수표 (Check)를 작성해서 동봉했다.
가격을 정확히 알고 보내야 하는데 이전에는 Biometrics (지문과 사진 찍는 중간 단계)가 포함된 가격과 미포함된 가격이 달랐다고 하는데, 이제는 통일되어 $750이다.
USCIS Filing fee 확인 링크 - Fee Schedule (이건 Fee 결제 스케줄을 정하는 링크이고 업데이트가 가장 실시간으로 되는 링크인 것으로 보인다)
USCIS Filing fee 확인 링크 - Fee calculator (이게 공식 계산기인데 묘하게 헷갈리게 생겼다)
위의 링크에서 보듯이 $750인데, 알고 보니 2023년 1월에 대대적으로 USCIS의 온갖 서류의 접수비를 올리자는 법안(NPRM)이 제안되었고, 그 동안 얼마로 인상할지 조정하여 2024년 4월 1일부로 적용되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Biometrics를 포함해도 $680이었는데 제시된 가격은 거의 $1,195(!)이었고, 이게 너무 높기 때문에 최종 결정되어 인상된 금액이 $750인 것이다. (아니 두 배를 올리려고 하다니 너무하네 진짜)
최종 결정된 가격이 그나마 합리적이기에 다행이지만 애초에 제시된 금액이 어이가 없어서 찾아보니, 이들도 내부적으로 결정을 하면서 조정하게 된 이유에 대해 아래와 같이 "이건 너무하다"라고 써놨더라. (ㅋㅋㅋㅋㅋ)
제시된 금액은 잔인하고, 장벽이 될 것이고, 비합리적이고, 이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 (내가 말한 거 아님) 라며 최초 제시된 100%가 아니라 최종적으로 10~30%만 올리는 걸로 마무리 되었는데, 누구신지는 모르겠지만 이걸 검토해서 적절한 의견을 내주신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소소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실제로 다른 양식들보다 제안된 인상폭이 훨씬 높은 편이었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결혼 기반 조건부 영주권을 받은 사람들은 무조건(!) 진행해야 하는 절차이므로 captive market으로 생각한 것이 아닐까 싶다. 이러나저러나 결론이 $1,200이 아니어서 다행입니다...
읽어보는 게 생각보다 재미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여기로 들어가 보시길 추천! (노빠꾸 미국식 법 제정안 코멘터리)
아무튼 Check로 발송할 경우에는 서류의 맨 앞에 종이 봉투에 넣어서 보내게 되는데, 집에 하얀 봉투가 딱히 없길래 별생각 없이 이전에 호텔에서 영수증을 받았던 봉투에 넣어 보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친절하게도 내가 제출한 모든 서류를 스캔해서 내 USCIS online account에 올려준다. 이로써 USCIS한테 뜻밖의 럭셔리 호텔 방문 플렉스한 사람이 됨... 그러니 모쪼록 평범하고 아무것도 없는 봉투에 넣어 보내도록 하자 (^^...)
3. Evidence of the relationship
사실 이게 제일 중요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부분이다. 양식과 접수비는 절차상 필요한 것이라고 한다면, 함께 보내는 서류들이 USCIS 입장에서 내가 정말 결혼생활을 정상적으로 유지하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USCIS에서 공식적으로 제안하는 서류는 다음과 같다. (출처: https://www.uscis.gov/sites/default/files/document/forms/i-751instr.pdf)
당연히 보내야 하는 영주권, 여권, 기타 미국 비자 (e.g., K-1)를 제외하고는 대략적으로 함께 내온 Utility bill, property tax, joint bank account, children's birth certificate, insurance, affidavit 등을 내면 된다.
이걸 참고해서 내가 제출한 서류는 다음과 같다.
Evidence of the Relationship
A. Two sworn affidavits by a a family and a friend, attesting to our relationship and marriage.
B. Copy of our joint checking account statement.
C. Copy of our credit cards showing both names as same card’s authorized user.
D. Copy of our health insurance plans captured showing a joint policy.
E. Copy of joint family account for airline membership.
F. Copy of utility bills with the same addresses.
G. Copy of airline itineraries for multiple vacations.
H. Photos from our vacations.
I. Copy of our holiday card sent out to friends and family.
사실 미국에서는 결혼을 하면 아기를 갖는 게 당연한 수순이라 자녀가 있는 게 베스트겠지만, 우리는 아직 자녀가 없어 더욱 고심해서 자료를 영끌해야 했다. 자차가 있으면 그것도 좋은 증거라던데 우리는 또 둘 다 운전을 하지 않아서 (ㅎ...) 그것도 제한 사항이었다.
따라서 우리가 공동으로 들어가 있는 정말 모든 공식 문서를 끌어다 썼고, 예를 들어 항공사 멤버십에 가족으로 등록이 되어있는 것까지 보냈다. 부연 설명으로 가족 등록을 위해서는 항공사에서 별도 검증 절차를 거친다는 것까지 써두었다.
재미있는 것은, 그동안 여행이나 휴가를 다닌 사진을 보내야 했는데 나의 강력한 의견으로 그간 거의 모든 여행지에서 스냅사진을 찍어두어서 사진 고르기가 매우 수월했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아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이렇게 법적으로도 큰 도움이 된 일이었으니 앞으로도 자주자주 더 많이 찍어두도록 하자! (ㅎㅎㅎㅎ)
이렇게 다 준비를 마치고 나면 목차가 들어간 커버 페이지까지 작성하고 프린트를 해서 I-751 form에 꼭꼭 사인을 한 후 보내면 된다. 이때, FedEx와 USPS별로 보내야 하는 주소가 다르니까 잘 확인해서 보내자.
I-751 Filing address
잘 보내고 난 후에는 이제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여기부터는 타임라인이고 주기적으로 업데이트가 생기는 대로 여기에 반영할 예정.
I-751 타임라인 (주기적 업데이트)
- 2024/05/03 FedEx 우편 접수
- 2024/05/07 USCIS received your Form-I751
- 2024/05/11 Case is being actively reviewed by USCIS
- 2024/05/14 I-797 (영주권 48개월 연장 서류) 수령
Reddit에 찾아보니 2020-2021년 접수한 분들이 아직까지 기다리는 경우도 있고, 최근에는 갑자기 3-5개월 만에 급 승인되는 경우도 있어서 평균적으로 걸리는 기간이라는 건 무의미한 상황인 것 같다.
다만 접수한 후에 거의 바로 Receipt notice를 보냈다고 뜨더니 서류를 제출한지 약 2주 만에 집에 I-797가 도착했다. 이 문서는 영주권을 심사하는 데에 1년 넘게 걸리는 경우도 있으니, 그간 만료되는 조건부 영주권 기한을 연장해 준다는 문서이다. 원래는 18개월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간 쌓인 대기줄로 인해 심사 기간이 더 길어지면서 최근에 48개월로 바뀌었다.
I-797는 작고 예쁘게 생긴 카드가 아니라 아래 이미지처럼 두꺼운 연두색빛 종이가 온다. (나는 내가 뉴욕에 살아서 배경에 자유의 여신상이 있는 건가 했는데 그건 아닌 듯ㅎ) 이제 조건부 영주권의 만료 기한 이후에는 해외에 다닐 때 만료된 영주권 카드와 이 종이를 같이 들고 다니면 된다.
다음 단계는 Biometrics 일정을 잡아서 지문과 사진을 찍는 단계인데, 나는 Receipt notice와 함께 Biometrics 면제 안내를 받았다. 특별한 건 아니고 2년 전에 조건부 영주권을 받을 때 썼던 것을 그대로 쓰겠다는 이야기인 듯. (현장에서 찍어주는 사진 정말 붕어처럼 나왔는데...)
아무튼 이제 사실상 4년 연장된 영주권을 갖고 있는 것이므로 당분간 마음 놓고 기다리면 되겠다. 내 케이스에 대한 업데이트는 USCIS 공식 사이트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Lawfully와 Case tracker라는 훌륭한 어플들에 등록해 두면 아래와 같이 쉽게 휴대폰으로 확인할 수 있다.
Fingers crossed!
'miscellaneou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졸업 11년차 고양국제고 1기가 써보는 고양국제고 수기 (2) | 2024.05.31 |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