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정식당을 소개할 때 '정식당 김밥이 너무 맛있어서 이것만 타파스로 파는 곳을 찾아갔다'고 한 적 있다. 정식당을 다녀온 분들이라면 하나같이 김밥 얘기를 할 테다. 그게 너무 아른거려서 찾자마자 너무 신난 곳이다.
'코'리안 '타'파스를 지향하는 곳이라 한입거리 혹은 작은 디쉬가 위주이다. 작년 8월에 가오픈을 했고 우리는 11월 중순에 다녀왔다. 그래도 오픈 2개월 만에 간 건데 이미 굉장히 핫해져서 예약이 꽤나 힘들었다. 워크인으로는 당일 취소된 테이블 정도로 굉장히 한정적으로 가능하니 무조건 예약을 하도록 하자.
이 조명이 유명한 것 같아 외벽에 있나 했는데 뜻밖에 식당 안 쪽 화장실 가는 길에 있다. 위치는 무려 이치에가 있는 건물 1층이다. 이치에가 너무 핫하다 보니 그 건물 1층에 들어오는 식당은 대부분 묻혀서(?) 오래 버티기 힘들다 들었는데, 이 곳은 꽤나 롱런하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코타바이뎐은 다이닝 펍이고 술이 메인이라 술을 안 시키면 음식을 시킬 수 없다. 실제로 옆의 테이블에 한 커플이 기나긴 웨이팅 길을 거스르고 미리 예약한 자리에 앉았는데, 술을 꼭 시켜야 한다는 말에 살벌해진 분위기로 나가버렸다. (싸우지 말아요...)
예약을 하고 방문하면 예약자 이름이 적힌 테이블로 안내받는다. 곧바로 메뉴를 시키고 웰컴 안주와 드링크를 받았다. 펍답게 복분자 드링크와 양배추와 된장소스(?) 그리고 술빵이 나온다. 메뉴부터 한식 다이닝 펍이라는 정체성이 진하게 느껴진다.
메뉴는 '맡김차림'이라는 귀여운 이름의 테이스팅 코스 요리가 있고 단품 타파스 요리가 있다. 사실 웨이터 분이 코스를 추천해 주셨는데, 우리는 스스로 김밥을 여러 번 시킬 것을 알고 있어서 거절하고 타파스로 주문했다.
오자마자 단연 유사 정식당 김밥, 송어 바삭 김말이를 먹어주었다. 물론 똑같지는 않게 정식당이 불고기였다면 이 곳은 송어 바삭 김말이이고 피스 단위로 판매한다. 맛은 만족스러웠다! 정식당 김밥이 맛있는 이유 중 하나가 바삭한 김부각에 알찬 속이었는데 불고기 맛이 아니라 송어 맛이다 뿐이지, 굉장히 비슷한 인상을 받았다. 다만 소스는 트러플이 아니라 오징어 먹물 소스이다. (생긴 건 비슷한데... 노렸나!)
트러플 향이 엄청난 시그니처 메뉴, 숙성 한우 육회와 김부각이다. 이 날 김부각에 꽂혔는지 정말 김부각만 10장은 먹은 것 같은데 (김부각 맛집이네) 이것도 진짜 맛있었다. 육회가 생이 아니라 겉 부분이 훈연된 상태였고 트러플이 가득 얹혀 있었다. 김부각에 조금씩 얹어 먹으면 정말 순삭이다. 참고로 김부각도 추가할 수 있고 우린 진작에 추가 해 먹었다.
특이하게 아귀간보다 단새우가 기억에 남는 아귀간 김부각 타파스. 이것도 어찌 보면 정식당 김밥과 비슷한 류라고 볼 수 있긴 하지만 쌀이 하나도 없고 아귀간과 단새우로만 이루어져 있다. 입에 넣는 순간 아귀간이 한 입 가득 차는 식감이 풍부하고, 그럼에도 부담스럽지 않아 상큼하고 가볍게 먹을 수 있어 좋았다.
우리는 식사 겸 간지라 조금 디쉬 같은 걸 먹고 싶어서 디쉬를 시켜 보았다. 옆 테이블에 커다란 연잎이 있는 게 신기해서 그걸로 달라고 했는데 연잎에 쌓인 닭냉채였다. 그런데 기대보다는 맛이 독특하지도 않고 기억에 안 남아서 끝까지 남아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까 그거 아니고 다시 시킨 김부각 친구들. 이러려고 코스를 안 시켰다. 다시 먹어도 정말 맛있었고 두 개씩 먹어도 감질맛 나는 오묘한 매력을 가졌다. 개인적으로는 송어가 더 맛났다.
이건 서비스로 나온 감자전! (너무 많이 시켰나) 메뉴 이름 그대로 쫀득한 감자전에 트러플이 잔뜩 얹혀 있다. 옆의 장아찌랑 같이 먹어도 괜찮다. 개인적으로 학부 때 전을 너무 많이 먹고 다녀서 (누가 막걸리대학교 아니랄까봐) 나름대로 전에 대한 기준이 높은데, 이 곳의 전은 쫀득한 맛이 괜찮았다. 다만 전이 응당 그렇지만 따뜻할 때 먹을수록 맛있었다.
아무래도 술집이다 보니 국물이 땡기는 걸 피할 수 없었다. 다행히 순두부와 황태해장국의 국 메뉴가 구비되어 있었다. (훌륭해 칭찬해!) 빨간 걸 좋아해서 순두부를 시켰고 꽤 맛있었다. 예쁘게 생긴 버너(?)와 함께 나와서 계속 따뜻하게 먹을 수 있었다. 이게 마지막 메뉴였고 라스트 오더에 겨우 시켜서 먹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술은 얼마나 마셨냐?! (뚜둔)
술은 전통주 총 3병을 마셨다. 샴페인 형태의 막걸리인 이화백주, 맑은 과하주인 풍정사계 夏 그리고 청주인 두견주이다. (많이도 마셨다) 이화백주는 명불허전이고, 나머지 두 개도 맛있게 마셨더랬다. 종류가 엄청나게 많은데 아는 게 없어서 웨이터 분께 전적으로 추천을 맡겼고 만족했다.
이때만 해도 거리두기 때문에 9시 제한이 있어서 우리 나름대로 굉장히 급하고 컴팩트하게 마시고 먹었더랬다. 코스로 시켜도 약 1시간 반에서 2시간이 걸린다는데 술을 곁들여 시간이 늘어지는 것을 생각하면 다소 아쉬웠다. 그러나 음식의 맛이나 전통주의 리스트는 전혀 아쉽지 않았기 때문에 나중에 한 번 더 제대로 다녀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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