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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ning/fine dining

파씨오네 디너 - 4년 연속 미슐랭가이드 / 정통 프렌치이지만 정겨운 이방원 셰프의 레스토랑 / 가성비 파인다이닝 도산공원 압구정

by 캐니킴 2021.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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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오늘 다녀온 따끈한 리뷰이다. 짝꿍이 미국에서 돌아와 자가격리도 무사히 마친 기념으로 welcome back safe 다이닝을 하고 왔다! 아직 뱃속에서 소화가 다 되기도 전인 지금 느끼는 짧은 후기는, '정말 배가 부르고 노곤했다'이다.

 

미슐랭가이드 혹은 스타를 받은 파인다이닝이라고 해서 꼭 세련되고 날카로운 느낌이지는 않다. 오히려 셰프님의 자신감과 철학이 돋보이는 분위기가 그곳을 더 특별하게 하곤 한다.

 

정통 프렌치를 추구하지만 요리와 분위기는 정겹기 그지없는, 가성비가 엄청난 도산공원의 파씨오네이다.

 

 

기본 세팅

 

다녀오면 항상 정말 음식 사진밖에 없고 레스토랑의 분위기나 인테리어가 담긴 사진은 거의 없어서 이제는 그런 사진도 찍겠노라 다짐했더랬다. 그러나 오늘도 찍어온 사진은 테이블 세팅 정도이다. 소심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 얼굴이 찍히는 것도 조심스러워서 결국 오늘도 찍지 못했다.

 

 

디너 메뉴를 직접 들어주신 이방원 셰프님

 

정통 프렌치로 유명한 이방원 셰프님이 엄청나게 큰 메뉴판을 직접 들고 돌아다니며 설명 해 주신다. 미슐랭 1스타인 라미띠에부터 꾸준히 프렌치를 추구해 오셨다고 한다. 그나저나 카메라를 정말 잘 응시해 주셨다. (사진 올려도 되는 거겠지...? 싫으시면 말씀 주세요 흑흑)

 

디너는 무려 88,000원이다. 메뉴에도 써 있듯 7코스에 디저트까지 2개가 더 나온다. 미슐랭가이드에도 4년이나 꾸준히 선정되었고 위치가 도산공원임을 감안하면 굉장히 합리적인 가격이다. 그래서인지 예약이 꽤나 힘든 편이다.

 

 

콜키지해 간 피누누아 - 콜키지 40,000원

 

레드와인 한 병을 콜키지 해 갔다. 피누누아였는데 생각보다 색은 묽었지만 향이 독특했다. 콜키지는 40,000원이다.

 

참고로 밖이 추워서인지 내부에 히터를 꽤나 강하게 틀어 주신다. 마지막 팀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워밍업이 되고 나면 꺼주시는데, 이 히터가 꽤 강해서 금방 노곤해진다. 거기에 와인까지 더해지니 없던 긴장마저 쫘악 풀린다.

 

 

식전빵과 버터

 

따끈한 식전빵이 나온다. 건포도가 은근히 박혀 있다. 딱딱해 보이지만 손으로 뜯기 쉽게 부드럽다. 버터를 바르면 녹진하게 녹는다. 맛있었다! 다만 이후의 코스를 위해 나는 다 먹지 않았다. (짝꿍이 2개 먹은 거 안 비밀)

 

 

아뮤즈 부쉬 2종

 

아뮤즈 부쉬로 2가지가 나온다. 오른쪽의 컵 안에 있는 것부터 먹으면 된다. 아래에 리코타 치즈와 단새우, 라임 소스가 나온다. 숭어알도 같이 있다. 새우를 잘라먹으려다 망해서 그냥 두 입에 왕 먹었다. 상콤하다.

 

왼쪽은 미니 식빵 위에 돼지고개 테린과 트러플 소스가 올려져 있다. 그런데 식감은 특이하게도 참치 같은 느낌이다. 둘 다 적당히 식감을 올리기에 좋다.

 

 

샐러리 스프

 

아주 특이한 스프였다. 샐러리 뿌리를 이용한 스프이고 안에 새우가 잘라져 들어가 있다. 샐러리라 그래서 응? 했는데 생각보다 맛있다! 향이 독특하고 의외로 색이 초록색이 아니다(?) 따뜻한 것이 몸을 녹여주어 맛있었다.

 

 

구운 버섯과 루꼴라 샐러드

 

샐러드 같지 않은 샐러드가 나온다. 치즈와 소스가 뿌려진 루꼴라 알에는 구운 버섯이 깔려 있다. 이 구운 버섯이 엄청 맛있다. 약간 이자카야에서 먹는 닭똥집 같은 고기인 줄 알았다. 그만큼 질기지도 않고 오히려 맛있다! (오히려 좋아?) 버섯에 약간 충격을 받아서 아껴서 루꼴라랑 조금씩 먹었다. 오른쪽에는 무슨무슨 폼이 있었는데 뭘로 만든 건지 까먹었다. (고새...)

 

 

가리비 관자와 엔다이브

 

상추의 일종인 엔다이브를 졸인(?) 것에 관자가 나온다. 아래에는 오렌지 베이스 소스이다. 이거 진짜 맛있다... 엔다이브가 무슨 진짜 너무너무 맛있다. 콘피에르에 이거랑 비슷한 요리가 나오는데 그거랑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맛있다. 보통 요리에 관자가 나오면 관자가 제일 인상적인 경우가 많은데 이거는 엔다이브가 진짜 최고였다. (레시피 좀 알려주세요)

 

 

대구와 새우

 

대구살과 새우에 파프리카, 호박 같은 야채가 나온다. 양이 적어 보이지만 대구가 살이 진짜 많았다. 그리고 포크로만 스윽- 해도 살 결을 따라서 보드랍게 갈라질 정도로 정말 부드러웠다. 어떻게 이렇게 만들지 싶었다. 새우는 적당히 잘 구워졌다. 먹다 보니 양이 너무 많아서 나머지 코스를 잘 먹을 수 있을까 걱정되긴 했지만 생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도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진짜 살이 어떻게 그렇게 부드럽지?

 

 

자몽 셔벗

 

메인 요리를 먹기 전에 리프레시 용으로 자몽 셔벗이 나온다. 먹는 내내 정말 새콤시콤해서 얼굴을 찌푸렸다 (맛없어서 그런 거 아님) 왜냐하면 자몽이 통째로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설탕이나 소금도 최소한으로 들어간 듯하고, 탱글한 자몽 속살(?)이 그대로 들어가 있다. 입가심하기 좋았다.

 

 

메인디쉬 - 양갈비

 

메인은 무려 5가지 중에 선택할 수 있다. 양, 닭, 오리, 항정살, 그리고 한우이다. 한우만 15,000원이 추가된다. 짝꿍과 나는 역시나 한우가 아닌 양을 선택했다.

 

그런데 이 양갈비 양이 정말 많다... 무려 두 덩이나 나오고 한 대당 살도 엄청 많이 붙어 있다. 졸인 양파도 같이 나온다. 양갈비는 냄새도 하나도 안 나고 부드러웠다. 무엇보다 양이 정말 정말 많았다... 배불러요...

 

 

디저트 1 - 밀푀유 크레페

 

파씨오네를 네이버에 검색하면 가장 먼저 나오는 게 이 밀푀유 크레페 사진이다. 그만큼 파씨오네는 디저트가 유명하다고 한다. 디저트류를 딱히 찾아 먹지도 않고 이미 배가 너무 부른터라 기대를 안 했는데 아 이거 진짜 맛있다. 싹싹 긁어먹었다. (유명한 건 이유가 있지)

 

카라멜향이 은근히 나는데 느끼하지도 않고 맛있다. 그리고 기념일, 이벤트 같은 특별한 일이라면 미리 말씀드려두면 저 위에 초를 꽂아서 '축하드립니다' 하며 가져다주신다. 나는 짝꿍의 무사 귀국을 기념하려고 초를 부탁드렸다. 아쉽게도 레터링은 되지 않는다.

 

 

디저트 2 - 요거트 아이스크림과 패션후르츠

 

마지막 디저트로는 요거트 아이스크림이 나온다. (제가 또 요거트 아이스크림 사랑하는 거 어떻게 아시고...) 카라멜향의 밀푀유 크레페랑 잘 어울린다. 적당히 느끼하고(?) 적당히 상큼한 것의 조화가 좋다. 요거트 아이스크림 밑에는 패션후르츠도 있어서 더 상콤하다!

 

그리고 식후 티도 고를 수 있다. 티 종류 중에서는 카모마일, 페퍼민트, 얼그레이 중 고를 수 있다. 짝꿍과 나는 아이스 카모마일을 시켰고 엄청나게 큰 컵에 얼음 가득 얹어 나온다. 양도 시원시원하다.


이렇게 코스가 끝났다. 2차로 근처의 홍게탕 집에 가서 홍게탕만 시켰는데도 너무 배가 불러서 많이 남기고 왔다. (우리 그런 사람 아닌데...) 일단 가장 큰 인상은 정말 양이 많다는 것이다. 파인다이닝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코스가 양이 넉넉하게 나온다. 특히 메인디쉬 양 진짜 장난 없다. 찾아보니 이방원 셰프님이 격 없고 날 서지 않은 프렌치를 추구하신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도 양도 넉넉히 주시는가 보다. 이런 철학이 전반적인 인테리어에도 묻어난다. 코지한 분위기가 돋보인다.

 

또 인상적이었던 것은 셰프님을 비롯한 모든 직원 분들이 굉장히 내공이 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나잇대도 전반적으로 높은 편이고 그에 걸맞은 경력도 긴 것이 확연히 느껴졌다. 비단 외모뿐 아니고 서비스하는 방식이나 기품 등이 그러했다. (예를 들어 옆 테이블의 여자 2분이 계속 플래시를 강하게 키고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어서 주변 손님들이 불편해 했다. 그걸 보고 굉장히 점잖게 가셔서 자제를 부탁하셨다. 그나저나 플래시 키고 5번 이상 사진 찍고 그러지 말자...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가 너무 없다.) 그리고 다 남자분이셨는데 전통 있는 남자 직원분들과 코지한 분위기가 더해져 묘한 매력이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10만 원도 안 되는 가격에 이 정도 디너 코스를 즐길 수 있다는 게 놀랍다.

 

개인적으로 익스퀴진과 비슷한 인상을 받았다. 묘하게 세련되지는 않고 오히려 코지한 인테리어와 분위기, 자기 철학이 뚜렷한 셰프님, 그리고 하나하나 맛있는 디쉬가 그러하다. 나중에는 런치로도 와 보고 싶다.

 

짝꿍 welcome back sa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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