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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ning/fine dining

시그니엘 스테이 런치 - 미슐랭1스타 / 프렌치 파인다이닝 / 잠실

by 캐니킴 2021. 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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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꿍의 생일이 다가왔고 특별한 곳에서 멋진 식사를 하고 싶었다. 분명 내가 10만원 후반대의 미슐랭을 데려가겠다고 하면 결사반대 할 것을 알아서 롯데호텔 VVIP 포인트를 레버리지 할 수 있는 곳으로 갔다. (사실 포인트가 어느 정도 쌓이고 부터 여기를 점 찍어 두었다. 몰랐지 짝꿍!?)

 

시그니엘 81층에 위치해서 뷰도 멋진데 미슐랭 1스타를 3년 연속 유지 중인, 스테이다.

 

창가석은 놓쳤지만 뷰는 멋졌다

 

인테리어가 화려하고 멋지다 (시그니엘 답다)

런치는 3가지 코스가 있고 가격대와 요리 개수에 따라 고를 수 있다. 가격대가 제일 높은 STAY Emotion을 시켰고 인당 142,000원이다. 이 날은 대낮이라 술 마시기 뭣해서 탄산수를 한 병 시켰다. Badoit 15,000원이다.

 

식전빵 1 - 속이 빈 빵에 하몽이 얹혀 있다

식전빵이 무려 3종류가 나온다. 첫 번째는 속이 비어 (공갈빵이라고 하나 이런걸?) 툭툭 끊기는 빵에 하몽이 올라가 있다. 짭조름한 하몽과 빵의 조화가 무척 괜찮았다.

 

식전빵 2 - 특이하게 생긴 버터와 빵

두번째 식전빵은 신기하게 생긴 버터와 함께 나온다. 저 버터가 꽤나 맛났다. 블록 모양으로 생긴 버터의 분홍 부분은 기분 탓인지 약간 햄 맛이 나는 것 같기도...?

 

식전빵 3 - 보드라운 빵

마지막은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부드러운 종류의 빵이 나온다. 버터는 부족한 것 같으면 더 갖다 주신다!

 

야채 부용을 곁들인 포토피와 올리브 오일, 매실

대체 어떤 재료로 어떻게 만든건지 감도 잡히지 않았던 첫 번째 디쉬. 묘하게 맛은 괜찮았는데 시큼하고 아삭하지만 너무 새콤하지만은 않은(?) 느낌이었다. 생긴 거나 맛이나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감이 안 잡혀서 먹는 내내 ??? 하면서 먹었다. 나쁘다는 건 아니고 생소해서 그랬다.

 

토마토 콩피로 감싼 파타고니아 새우

마찬가지로 도무지 새우라고 보기 힘든 비주얼이나 어찌됐든 새우가 맞는 두 번째 디쉬...! 토마토 같이 생긴 것은 진짜 토마토로 만든 것이었고 겉의 소스도 약간 토마토 맛이 났다. 그런데 저 초록색 소스와 새우가 담백하게 맛을 중화시켜 주어 너무 시큼하지만은 않았다. 식감도 적당했다.

 

비주얼은 희한하지만 맛은 '이래서 (당시) 2년째 미슐랭 스타를 유지 중이군' 싶었다.

 

들깨 파스타, 능이버섯과 깻잎 에멀전

이거 정말 맛있다! 예전에 안국역 근처의 한옥 파스타집에서 들깨 파스타 같은 것을 고소하고 담백하게 너무 잘 먹었던 기억이 잇는데, 그것과 비슷한 오히려 더 괜찮은 맛을 내었다. 들깨와 능이버섯까지는 아 고소하겠구나~ 싶은데 깻잎이 가미되니 특유의 향이 꼭 고소하지만은 않은, 예상치 못한 고소함으로 바꿔 주었다.

 

면의 양도 아쉽지 않게 너무 적지 않았다. 저 소스가 너무 맛잇어서 면을 다 먹고나서도 아쉬워서 소스만 퍼먹었다.

 

이베리코 돼지 가브리살과 프랑스식 피순대

메인은 역시 이베리코를 시켰는데 얇게 저며져 나오는 게 신기했다. 식감이나 맛은 괜찮았으나 얇다 보니 금방 식어서 매우 천천히 먹는 우리에게는 조금 아쉬웠다.

 

그보다는 저 피순대가 진짜 어마어마한 친구였다. 처음에는 비주얼도 그렇고 '피순대'라는 무시무시한 이름도 그렇고 거부감이 들어서 엥? 했는데 조금 자르려고 하니 이 친구 저항 없이 너무 부드럽게 포옥 갈라진다! 거기서부터 인상적이었는데 맛이야말로 정말 최고였다... 미슐랭에 와서 피순대가 제일 맛있었다고 말 하니 조금 웃긴 것 같기도 한데 팩트인 걸 어떡해! 아무튼 저거 너무 맛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피순대만 한 조각 더 달라고 하고 싶었지만, 무언가 딱 저만큼 이상 먹으면 질릴 것 같긴 했다. (역시 맛잘알 이 사람들)

 

돼지 다리살과 족으로 속을 채운 사과파이, 프리세 샐러드

사과파이는 그저 그랬다. 메인과 함께 나오긴 했지만 뭔가 메인도 디저트도 아닌 것이 애매한 정체성을 지녔다. 사과 파이를 맛있게 먹어본 적이 없기도 하거니와 갑자기 훅! 디저트 느낌으로 가는 것이 크게 어울리진 않았던 듯 하다. (배도 너무 불렀고!)

 

라임 코코넛셔벗과 디저트 바에서 가져온 디저트

코스의 디저트로는 라임 코코넛셔벗이 나온다. 그 외에도 바로 옆의 뷔페에서 디저트를 마음껏 가져올 수 있다. 맛있어 보이는 것이 많았고 애프터눈 티만 따로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종류도 다양했는데, 나는 너무 배가 불렀고 원래 디저트를 크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 자그마한 친구 세 개만 가져와서 기분을 냈다.

 

디저트는 전반적으로 많이 먹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녹아버린 아이스크림과 Happy Birthday!

짝꿍의 생일이었기 때문에 우릴 기다리는 디저트가 많아서 이다. 예약을 내가 했기 때문에 사전에 예약할 때 'Happy Birthday' 레터링을 부탁했는데 서빙해주시는 분이 당연히 내가 생일이라고 생각하셨는지 내게 주셔서 당황했다. (이벤트 주인공이 꼭 여자라는 편견을 버립시다) 이 쯤되니 너무 배불러서 아이스크림 맛은 크게 기억이 안 나지만 무언가 땅콩스러웠던 것 같고... 아무튼 나는 저 레터링이 좋았다!

 

주문 제작한 생일케이크

게다가 우리에게는 엄청나게 큰 케이크도 기다리고 있었다! 옛날 학창시절에 직접 디자인하는 케이크 말고 주문 제작한 생일 케이크라고는 우리 강아지 첫 돌 케이크밖에 없었기 때문에 심혈을 기울여 업체를 고르고 디자인했다. 챱챱케이크라는 굉장히 핫하고 레트로한 케이크샵의 케이크이고, 보다시피 엄청나게 예쁘다. 초코맛으로 시켰는데 맛도 꽤나 괜찮다!

 

다만 이것을 받으러 갈 때 퀵 아저씨가 10분 전에 전화를 주시는 바람에 식전빵이 나온 후 내가 받으러 내려갔다가 10분이나 짝꿍을 기다리게 했다는 웃픈 사연이 있다. 눈치도 채고 뻘쭘했던 짝꿍에게 다시 한 번 심심한 사과의 말을 전합니다... 아무튼 이걸 받아서 입구쪽 직원에게 부탁하면 알아서 냉장고에 넣고 디저트가 나올 때 맞추어 갖다 주신다. 멀리서부터 너무 티나게 파-란 케이크가 다가와 당황했지만 내 쪽에서만 보여서 다행이었다. 아 그리고 케이크 촛불은 불 수 있어도 먹으면 안 된다! 우린 그걸 모르고 한 조각씩 잘라 먹었다가 굉장히 죄송했다. (다사다난한 생일 런치)

 


솔직히 프렌치 음식은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여기도 내가 뭘 먹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아무튼 맛있고 괜찮았다는 인상만 남아 있다. 음식의 재료 이름을 조금 어렵게 풀어내기도 했고 생김새도 흔치 않아서 그런 듯 하다. 그럼에도 서비스와 뷰, 맛은 훌륭했다. 특히 시그니엘 특유의 부담스러울 정도로 친절한 직원들의 서비스가 인상 깊었다.

 

같은 값의 미슐랭 여러 곳 중에 선택하라고 하면 굳이 고를만큼 맛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뷰를 정말 좋아해서 창가석을 예약할 의향이 있다면 (거의 예약일 오픈하자마자 해야 하는 것 같다) 가치가 있을 것 같다. 나같은 경우는 롯데호텔 포인트가 쌓이면 한 번씩 오는 용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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