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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ning/fine dining

스시카나에 런치 - 청담동 미들급 스시야 / 숙성스시 오마카세 런치 / 압구정로데오 청담동

by 캐니킴 2021.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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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시는 내게 유독 어려운 음식이다. 생선마다 구분도 잘 안 가는 데다가 이름도 참 어렵고, 무엇보다 오마카세를 한 번 다녀오면 항상 정말 배부른 상태로 끝이 나서, 무언가 맛있는 걸 잔뜩 먹긴 했는데 무얼 먹었는지 모르겠는 상태가 반복된다. 아무래도 내가 일본어를 하나도 모르는 게 영향이 큰 듯 하지만, 아무튼 스시는 어렵다.

 

그럼에도 가끔 스시가 땡길 때가 있다. 그 특유의 정갈한 분위기와 전문가 포스를 풍기며 눈 앞에서 스시를 쥐며 주는 셰프님들과, 기름지지 않은 고 스시들이 주기적으로 생각이 나곤 한다.

 

이 날도 그랬다. 갑자기 내일 당장 스시가 먹고 싶은데 이왕이면 맛있는 데로 가고 싶고... 당연히 괜찮은 곳은 모두 예약이 끝나서 낙심했더랬다. 그런데 기적처럼 지인이 인스타로 '내일 오마카세 런치 2인 저 대신 가실 분?'이라며 스토리를 올린 게 아닌가! 이건 운명이야! 하며 고민도 않고 덥석 물어버렸다.

 

예약이 그렇게나 힘들다는데 뜻밖의 행운으로 다녀온 청담의 미들급 스시야 맛집, 스시카나에다.

 

조갯살이 들어간 전채요리

런치는 60,000원이다. 네임드 스시야인 것을 고려하면 꽤나 합리적인 가격대다. 첫 디쉬로 조갯살이 들어간 상큼한 에피타이저가 나온다. 저 위의 줄기 상추가 꽤나 별미이다.

 

특이하게 생긴 차완무시

게살이 동동 띄워진 차완무시. 일본식 계란찜인데 나는 꼭 오마카세에서 차완무시를 먹으면 괜히 미리 배가 부를까봐 맘껏 못 먹는 편이다. 속을 뜨뜻하게 데워주어서 좋긴 했다.

 

사시미 - 참치 등살 (아카미), 광어 (히라메), 단새우

일본어 하나도 모르지만 꾸역꾸역 찾아서 쓰는 중이다. 사시미가 나온다. 와사비가 기본 셋팅으로 나오지 않고 이렇게 필요할 때마다 그릇에 함께 나온다. 알고 보니 스시에 들어가는 밥 자체가 간이 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참돔 (마다이)

첫 번째 스시는 참돔이다. 초밥 안에 들어가는 간이 되어 있는 밥을 '샤리'라고 한다는데, 스시카나에는 전반적으로 샤리가 굉장히 맛이 있었다. 적식초로 간이 되어 있고 너무 짜지도 밍밍하지도 않게 적당하다. 그렇다고 주는 대로 다 먹다가는 배 터진다. (경험담 맞음)

 

농어 (스즈키 아라이)

두 번째 피스는 농어가 나온다. 나는 사실 흰 살 생선을 유독 맛있게 먹은 기억이 별로 없이 '그냥 회네'하며 우적우적 씹곤 했는데 스시카나에에서는 다양한 향신료와 함께 주어서 꽤나 맛나게 즐길 수 있었다. 요 농어도 귤향이 나는 친구를 뿌려주는지 향도 좋았고, 칼집을 내어주어 씹는 맛도 좋았다.

 

흰 살 생선을 맛있게 먹은 것부터 이미 합격!

 

도화새우

특이하게 갈라진 상태로 나오는 도화새우가 나온다. 사실 새우라고 하면 단새우 빼고는 크게 맛 차이를 모르겠다. (새우야 미안해!)

 

참다랑어 속살 (아카미쯔게)

맛있었다! 찐-한 빨간색의 참치 속살이다. 밥도 간이 되어있고 참치도 간이 되어있어서 사람에 따라 조금 간이 세다고 느낄 수 있지만 나는 좋았다. 부드럽게 녹는다.

 

참치 중뱃살 (주도로)

다음도 참치가 나온다. 신기하게 밥을 중간에 두고 꽃처럼 싸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참치는 참치 뱃살은 뱃살 기름지고 부드럽고 역시 맛나다. (그래도 붉은 살 생선 최고!)

 

오하기떡

정말 특이한 스시가 나온다. 오하기떡이라고, 참치 갈빗살을 다져서 떡처럼 만들었다. 파가 중간중간 섞여 있어 신기하다. 오마카세에서 스시 본 식감이 아니라 다져서 다시 뭉친 식감은 처음 보아서 재미있었다.

 

가다랑어 

참치과이긴 하나 고등어처럼 생긴 가다랑어이다. 실제로 고등엇과의 물고기라고 한다. 이전 두 가지 참치에 비해서 부드러운 맛은 조금 떨어진다. 3연속 참치를 먹었더니 체감 감동이 덜 해졌다.

 

도미인지 게르치인지... 조림 요리

도미인지 게르치인지 모르겠지만 맛있었던 조림요리가 나왔다. 간장소스에 졸여서 실파를 위에 얹어 주셨다. 생선 구이를 크게 좋아하지 않음에도 맛있게 먹었다. 우려와는 달리 너무 짜지도 않다.

 

뭔지 모르겠... 아시는 분 좀 알려주세요

갑분 흰 살 생선이 다시 나온다. 진짜 미안한데 뭔지 기억이 안 난다... 구글링해도 다 비슷해 보여서 모르겠다 흑흑. 분명 맛있었을 것이다...

 

전갱이 (메가리)

고등어처럼 생긴 전갱이! 고등어보다 덜 비리고 맛있었다.

 

찐 고등어 (시메사바)

진짜 고등어도 바로 나온다. 고등어는 맛있게 먹기보다 비렸던 기억이 훨씬 많아서 조금 무섭긴 한데, 여기는 간이 잘 되어 있어서 그런 건지 나쁘지 않았다. (간이 비림을 이긴 느낌)

 

우니와 관자 마끼
앵콜로 한 번 더! 바깥의 풍경이 녹음져 예쁘다

실패할 수 없는 조합, 우니와 관자다. 우니도 맛있는데 관자까지 합쳐져서 역시 피날레를 장식해 주었다. 앵콜 스시로도 짝꿍과 나 둘 다 우니와 관자 마끼를 부탁드렸다. 

 

소바

마무리로 소바가 나온다. 나는 우동류의 면도 별로 안 좋아하고 국물은 중간에 나온 장국으로 이미 충분해서 이건 짝꿍을 주었다. 혼자 앞에 두 그릇 있는 게 민망하다고 해서 다 먹은 그릇을 내 앞으로 가져왔다. (내가 먹은 척)

 

달걀구이 (교꾸)

카스테라처럼 생긴 교꾸가 나온다. 나는 스시집에서 이게 정말 맛있더라... 카스테라도 계란도 안 좋아하는데 교꾸는 너무너무 맛이 있다. 폭신폭신 달달한 것이 아무리 배가 불러도 다 들어가게 만든다. 

 

직접 만든 소금 아이스크림

와우 뜻밖의 엄청난 디저트가 나왔다. 직접 만든 소금 아이스크림이라는데 진짜진짜 맛있었다. 소금과 아이스크림의 조합이 언뜻 생각하면 짜지 않을까? 싶고 이상한데 적절히 짭조름하면서도 달지도 않은 것이 입 안에서 녹아버렸다. (아이스크림이니까 녹지) 스시도 다 먹어버려서 배가 너무 불렀는데도 요 아이스크림은 다 먹었다. 진짜 맛있었다.


청담에서 60,000원에 이 정도 퀄리티 런치 오마카세가 가능하다니 꽤나 만족스러웠다. 전반적으로 간이 좀 짭조름한 면이 있는데 적식초로 간한 샤리도 그렇거니와, 스시 자체가 숙성스시라고 한다. 숙성이라기엔 다른 하이엔드급 스시야보다는 기간이 짧다고는 하나 그럼에도 이것이 스시카나에를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인 듯하다.

 

더불어, 디자인 적으로도 2층에 위치해 있고 바로 앞에 푸른 나무가 가득하며 커다란 창이 있어 보통 지하에 있거나 폐쇄형인 여타 스시야 대비 분위기가 밝은 점도 좋았다. 개인적으로 스시야는 이름도 메뉴도 어려워서 기억하기가 참 어려운데 이 곳은 '아 그 창이 커서 푸릇푸릇한 나무가 보였던 곳!'으로 기억된다.

 

재미있던 것은 개그맨 김영철이 친구들과 식사를 했더라(?!) 안쪽에 룸이 하나 있는데 거기에서 친구들과 식사를 한 모양이었다. 그 누구도 아는 척을 하지는 않았으나 그의 형광 분홍색 반바지가 인상적이었다.

 

솔직히 스시는 경험이 많이 없지만 예약만 가능하다면 런치로는 종종 가보고 싶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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