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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ning/fine dining

머스트루 디너 - 부산 파인다이닝 / 와인 페어링 코스 / 해운대 달맞이

by 캐니킴 2021.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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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과 올해 부산을 참 많이도 다녀왔다. 출장이 잦기도 했을뿐더러 해외여행이 힘드니까 만만한 게 부산이라고, 언뜻 생각해 봐도 10번은 다녀온 듯하다. 그렇게 많이도 다녔던 만큼 누가 맛집을 추천한다고 하면 응당 기분 좋게 추천할 곳이 있다.

 

해운대의 달맞이길에 위치한 양식 모던 다이닝, 머스트루이다.

 

바 좌석으로 안내받았다.

들어가면 생각보다 아담한 공간이 나온다. 오마카세처럼 바로 앞에서 셰프님이 요리하는 걸 볼 수 있는 바 좌석이 대여섯 개 그리고 뒤쪽의 테이블 두어 개 정도이다.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공간 특성상 사람들의 말소리가 다소 울렸다. 그래서인지 모두가 조곤조곤 조심스레 대화를 하는 분위기였다.

 

디너 테이스팅 코스를 골랐고 디저트까지 총 8코스에 88,000원이다. 특이하게 와인 페어링을 고르면 코스가 시작되는데 3잔에 55,000원, 4잔에 68,000원이었다. 다만 우리는 솔직히 이 가격대가 합리적이라고 생각되지 않아 별도로 콜키지 한 병을 가져갔다. 콜키지는 30,000원이다.

 

와인을 가져갔더니 셰프님이 굉장히 전문적으로 '이 와인은 이러이러하니 잘 안 어울릴 수도 있다'고 경고(?)를 주셨다. 칠링도 정성껏 해서 테이스팅까지 해 주셨다. (우리가 가져온 와인인데!?) 그때부터 본인의 음식과 와인에 대해 자부심이 굉장한 분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아뮤즈부쉬 없이 바로 돌문어!

재미있는 것은 아뮤즈부쉬가 따로 없이 바로 애피타이저로 돌문어가 나왔다. 셰프님이 직접 앞에서 정말 높은 집중도로 요리를 예쁘게 만들어 차례로 서빙하시는데, 향이 엄청나서 옆의 커플이 받을 때 침을 꼴깍 삼켰다.

 

돌문어는 정말 맛있었다. 굉장히 부드럽고 아보카도와 자두 소스와도 상큼하게 어우러졌다. 첫 디쉬부터 임팩트가 강해서 나와 짝꿍은 이미 성공했다며 엄청 신이 났다. (몽서치 체고!)

 

홍새우와 그루통

다음 메뉴도 엄청났다. 홍새우가 바삭한 그루통 위에 얹혀 나왔다. 새우가 크기가 생각보다 큼직해서 조금씩 잘라서 아래의 그루통와 대파(?) 그리고 소스와 조금씩 찍어 한 입에 먹으면 조화가 엄청났다. 탱글하고 바삭하고 부드러운 것들이 입 안 가득 있으니 정말 만족스러웠다.

 

돌문어와 홍새우 둘 다 우리가 흔히 아는 재료로 예상치 못할 맛을 내주어서 디쉬를 다 먹는 게 아까울 정도였다. 정말 다른 데서는 보지 못 한 조합이라 신선하고 즐거웠다. (셰프님의 자부심을 이해할 듯)

 

가리비 플랑

신기하게 생긴 가리비 플랑! 소스가 마치 거품처럼 되어있고 안에 가리비가 숨어 있다. 이 디쉬는 몽글몽글하고 생긴 것이 신기했지만 맛은 크게 기억이 안 난다. (다녀온 지 오래되어서...)

 

참돔 구이

마지막 해산물 요리로 참돔 구이가 나왔다. 바삭하게 구워진 브로콜리와 무슨무슨 채소가 함께 곁들여졌다. 생선 구이 요리가 그러하듯 이 요리도 조금은 예상되는 맛을 내었다. 사실 생선 자체가 살이 많을수록 속에 소스가 베기 어려워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채소를 나름 크리스피하게 만들어 식감에 다양성을 주려 한 것이 좋았다.

 

콘 소스를 더한 닭고기

옥수수로 만든 소스와 버무려진 닭가슴살과 다리살이다. 위에 크리스피한 플레이크 같은 것이 얹혀 있다. 이전까지 해산물 요리가 쭉 나오다가 갑자기 조류(?)로 넘어가니 무언가 적응이 안 되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큰 임팩트는 없던 디쉬.

 

이베리코 스테이크

역시 메인은 돼지고기지! 1만 원을 더 추가하면 한우 스테이크를 먹을 수 있지만 굳이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돼지고기를 좋아하는 편) 수비드한 돼지고기가 미니 배추와 나온다. 역시 부드럽고 괜찮았던 인상을 받았다.

 

블루베리아이스

디저트로는 블루베리 아이스와 초코 크리스피들이 나온다. 이것도 꽤 맛있었다. 블루베리가 시럽으로도 있어 꽤나 진하고 거기에 다크초콜렛 같은 맛이 더해지니 진-한 블루베리 초콜렛을 먹는 기분이었다.

 

작두콩차와 초콜렛 브라우니

마무리로는 커피와 작두콩차 중에 고를 수 있다. 주말에는 카페인을 줄이려는 편이라 작두콩차를 골랐다. 이름도 처음 들어보고 처음 마셔보았는데 고소하고 깔끔했다. 함께 주신 브라우니도 쫀득하니 맛나게 먹었다. 깔끔한 마무리였다.

 


처음에 나온 두 디쉬의 임팩트가 너무 강해서 기대치가 높아져 뒤로 갈수록 인상에 남지 않은 감은 있지만 그럼에도 훌륭한 코스였다. 특히 부산에서 이런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뿌듯(?)했다. 와인 페어링을 하지 않으면 가격대도 나름 합리적인 편이다.

 

다만, 셰프님이 와인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신 듯하여 웬만하면 페어링을 권하신다. 실제로 옆의 커플은 페어링을 했고 디쉬마다 어울리는 와인을 설명해주시고 마시는 듯했으나, 그렇게 하면 최소 13만원대가 나오는데 그 값으로 생각한다면 체감 가격대가 훅 올라가는 느낌이다. 더불어 공간의 특성상 그리고 셰프님의 자부심 상(?) 조용히 음미해야 하는 분위기이다. 우리도 그렇게 시끄러운 편은 아니지만 더 조심스럽게 소곤소곤 댄 기억이 있다.

 

그럼에도 셰프님이 자부심이 있는 만큼 엄청난 서비스를 보여주신다. 특히 식기를 매 디쉬마다 바꾸어 주시는 게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우리가 다녀온 작년 여름 이후로 메뉴가 계속 바뀌는 것을 보니 공부를 정말 많이 하시는 듯하다.

 

부산에 또 여유 있게 가는 일정이 생긴다면 다시 한번 꼭 가보고 싶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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