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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ning/casual dining

르쁠라 - 일산 프랑스가정식 / 푸아그라 맛집 / 일산 정발산 밤리단길

by 캐니킴 2021.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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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에 산 지 20년이 다 되어가도 일산을 잘 모른다. 고등학교 때부터 기숙사에 살고 대학에 와서는 늘 서울로만 나다녔기 때문이다. 취업을 해서도 늘 출장을 다니니 정작 일산에서 먹고 마실 일이 자주 없다. (친구도 없음)

 

그래서 짝꿍이 일산 맛집이라며 날 데려갔을 때에는 약간 의구심이 들었다. 솔직히 말해서 일산인데 얼마나 맛있겠어, 하는 알 수 없는 무시감도 있더랬다. 그러나 이 곳은 그런 편견을 완전히 깨 부시고 이제는 내 일산 최애 맛집이 되었다.

 

프랑스 가정식이 뭔지는 몰라도 맛은 있는 거구나라는 걸 느끼게 해주는 정발산의 르쁠라다.

 

식전빵 - 블랙올리브 퓨레가 올라가 있다

낮에 가서 그런지 채광이 좋은 르쁠라는 정발산 쪽 골목에 위치 해 있다. 무려 밤리단길(...)이라고 불리우는 나름 핫한 동네에 있다. 주말에는 무조건 예약을 해야 하고 런치도 1부 2부 나뉘어져 있다.

 

식전빵으로 바게트 위에 블랙올리브 퓨레가 발라져 나온다. 이 때만 해도 의구심이 있던 때라 '너무 퍽퍽하진 않아서 좋네' 정도의 느낌을 가졌다.

 

르네상스 - 13,000원

첫 번째로 연어 요리를 시켰다. 디쉬도 생각보다 엄청나게 예쁘게 나왔는데 맛도 진짜 눈이 번쩍 뜨이는 맛이었다. 빨간 소스는 비트를 이용한 단맛의 소스이고, 연어는 24시간 동안 염장하여 짜서 단짠단짠의 조화가 된다. 게다가 연어가 쫀득한 식감을 지녔다. 위에는 허브가, 옆에는 초록색 가루가 뿌려져 있는데 그것과의 조화도 매우 좋다. 연어 하나당 적절한 소스 양을 배분하여 알뜰하게 묻혀 먹었다.

 

부르주아 - 15,000원

대망의 푸아그라 요리이다. 이전에 푸아그라를 제대로 먹어본 적이 없어서 반신반의하며 먹었는데 세상 푸아그라가 다 이렇다면 나는 매일 먹을 의향이 있다. 디쉬 구성으로는 구운 호밀빵과 무화과잼, 그리고 푸아그라가 나온다.

 

호밀빵 위에 무화과잼을 얹고 그 위에 푸아그라를 조금 잘라 바르듯이 묻혀 한 입에 먹는다. 호밀빵의 바삭함과 무화과잼의 달콤함만 합쳐져도 참 괜찮은데, 거기에 담백하고 부드러운 푸아그라가 더해져서 아주 환상이다. 그 밖에도 검은 향신료라던지 빨간색 향신료라던지가 더해져서 향이 다채롭다.

 

사실 내게는 이미 여기서 게임이 끝났다. 정말 너무 맛있어서 푸아그라가 점점 사라지는 게 너무 아쉬웠다.

 

갓브로콜리 - 20,000원

장난 아니고 정말 이름이 갓(god) 브로콜리이다. 저 동그란 것이 큼직한 브로콜리이고 그 안에 다진 돼지고기와 선드라이 토마토가 채워져 있다. 이름에 '갓'이 들어간 것은 저 초록색 페스토가 야채 '갓'으로 만들어 졌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페스토는 약간 시큼한 맛이 있다.

 

사등분한 갓브로콜리

저걸 이렇게 큼직하게 이등분 혹은 사등분해서 먹으면 되는데, 솔직히 앞의 두 디쉬보다 임팩트는 별로였다. 그냥 신기하게 생겼고 건강한 맛이다 정도...?! 앞의 두 디쉬가 전식(entree, 애피타이저)로 분류되고 오히려 이것이 본식(plat, 메인)인데 사실 이해가 안 간다.

 

누 와드 생자크 오 심피뇽 - 25,000원

이름이 굉장하지만... 수비드한 관자와 송화버섯이 들어간 파스타다. 메뉴에 쓰인 설명을 그대로 옮겨오자면 '수비드 방식으로 조리한 관자살과 극강의 송화버섯의 시너지효과로 만드는 파스타'이다. 극강이라니 자부심이 엄청나다.

 

이미 앞의 디쉬가 임팩트가 너무 크기도 했고 이 때쯤 배도 많이 불러서 였는지 엄청나게 맛있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관자야 원래도 부드러운 것이 수비드를 하니 좀 더 부드럽다 정도...? 송화버섯은 생소해서 신기하긴 했다.

 

술을 위해 가져온 사진 - 섭미션 샤도네이

짝꿍과 내가 술을 안 마셨을 리가 없고 우리는 섭미션 샤도네이를 마셨다. 섭미션 화이트는 여기서 처음 만났는데 역시 굉장히 깔끔하고 맛이 있었다. 안 그래도 한창 섭미션 레드에 빠져 있을 때라서 우리는 신이 나서 마셔댔다. (낮술이라 금방 취해버림) 우리가 섭미션을 알아보니까 직원 분도 함께 신이 나셔서 '이건 저희 음식과 조화가 굉장히 좋은 와인'이라며 반겨주셨다! 그런데 워낙 천천히 먹는 우리가 마감 시간 거의 다 될 때까지 안 먹으니 조금 재촉하시긴 했다.

 

사진은 안 찍었지만 마지막으로 마들렌을 2개 시켰다. 마들렌은 주문이 들어가는 즉시 구워주시는데 진짜... 갓 구운 마들렌이 이렇게나 맛이 있는 것이었다. 그마저도 시간 때문에 다 못 먹고 종이 가방에 싸주신 것을 나와서 먹었는데 진짜 너무 맛있었다. 마들렌만 먹으러 또 가고 싶다.


나는 여전히 프랑스 가정식이 무언지는 잘 모른다. 그렇지만 이 곳 르쁠라의 연어와 푸아그라 요리가 정말 맛있다는 것은 알겠다. 다른 메뉴보다도 푸아그라가 인상이 너무 진하게 남아 있다. 그래서 실제로 일산에서 약속 잡을 일이 생기면 여기를 자주 물어보곤 한다. 다만 일요일에 휴무라서 갈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제한적이라 아쉬울 뿐...

 

아무래도 일산에서는 맛집으로 잔뼈가 굵은 곳이다 보니 조금은 자부심이 느껴지기도 한다. 런치임에도 1부 2부를 나누어 시간이 다소 타이트하게 운영되는 점은 조금 아쉽다. 그리고 일산 치고는 가격대가 조금 나오는 편이라 오는 손님들도 나름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많이 오는 듯 했다.

 

그럼에도 일산에 이 정도의 맛집은 찾기 쉽지 않으니 앞으로도 연어와 푸아그라를 먹으러 자주 시도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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