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크는 참 묘한 디쉬이다. 어딜가나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정말 맛있는 곳을 찾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코스 요리에서 '메인'으로 자주 나오지만 맛이 메인값을 하는 곳은 흔치 않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스테이크를 먹으러 어딘가를 찾아가는 일이 어색했다.
그런데 짝꿍이 스테이크 맛집이라며 데려갔다. 반신반의하며 갔다가 찬양하고 나온 곳.
스테이크가 정말 맛있는 요리라는 걸 체험하게 해주는 이 곳, 도마(DOMA)이다.
빨간 고기를 먹으려면 응당 빨간 포도주를 마셔줘야 한다. (술을 마셔야 할 이유는 참 다양도 하다) 주말 런치로 갔지만 낮술을 서슴치 않았다. 매봉역 근처 어느 골목길의 지하에 위치 해 있다. 생각보다 아담하고 소박한 분위기의 식당에는 가족 단위의 손님이 가장 많았다. 동네 맛집같은 느낌인데 예약을 하지 않으면 들어가기 힘들다.
식전 샐러드와 빵이 나온다. 저 샐러드에 치즈가 어마어마하게 얹혀 있는데 엄청 맛있었다.
애피타이저로 양배추 구이를 시켰다. 야채 구이를 돈 주고 사먹는다는 컨셉에 크게 공감하지 못했는데 이걸 먹고 생각이 달라졌다. 양도 많고 양배추향도 식감도 좋았다. 애피타이저로 딱 좋았다. 야채 구이 최고!
녹색의 색이 특이한 부추 라구 파스타를 세미메인(?)으로 시켰다. 부추가 잔뜩 올려져 있는데 향도 특이하고 맛있었다. 파스타도 유별나게 맛있기가 참 어려운 음식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건 특색이 있어서 좋았다.
대망의 스테이크! 엘본 스테이크로 시켰고 가격은 좀 있는 편이다. 근데 저 가격을 잊을만큼 정말정말 맛있었다... 감성고기의 저지방 숙성육을 사용한다는데 그래서인지 속이 안 익은 듯 빨갛지만 사실 익은거다. 양이 꽤 많은데도 절대 느끼하지 않고 진짜 사르르 녹았다. 스테이크가 맛있다는 게 이런 거구나, 감탄했다.
식당 한 켠에 숙성 중인 고기가 한 가득 걸려있는데 들어올 때는 아무 생각이 없다가, 나가면서는 '와 저 녀석이 그렇게 맛있는거구나 츄릅' 하면서 나갔다. 아무튼 정말... 맛있었다. 맛있는 스테이크를 먹는 일은 정말 행복한 것이었다.
도마는 스테이크에 대한 나의 인식을 바꾸어준 곳이다. 여길 다녀온 이후 오히려 파인다이닝이나 코스요리 하는 곳을 가도 선뜻 스테이크를 시키지 못했다. 스테이크에 대한 나의 기준 자체가 상향평준화 되었기 때문이다. (다 도마 떄문이야!)
다른 스테이크 전문점을 가 본 적이 없어서 비교는 힘들지만 네임드가 아니어도 햇살 좋고 날씨 좋은 날, 양재천 옆쪽에서 한가로운 식사를 하고 싶다면 아주 좋은 선택이다. 왠지 모르게 소박하고 정감 가는 분위기와 음식들도 정성스럽다.
여긴 꼭 다시 가고 말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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