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초반부터 짝꿍은 맛집 리서치에 능했다. 너무 맛있고 분위기도 괜찮으면서 엇나가는 것 하나 없는 곳만 쏙쏙 잘 골라 오길래, 처음에는 솔직히 '왜 이렇게 잘 알아?' 하기도 했다. 허나 그 모든 선택이 원래 알던 곳이 아니라, 나랑 가기 위해 정말 열심히 여러가지 사이트에서 오만가지 키워드로 검색해오는 결과라는 걸 알고 나서는 매일같이 감동받고 있다. 이것이 우리가 잘 맞는 부분 중 하나이기도 하다. (연인끼리 시간과 돈을 소비하는 방식이 비슷한 것은 매우 중요하다)
초반에는 다만 너무 부담스럽지는 않도록 미슐랭 스타는 아니어도 알짜배기 맛집(?) 위주로 잘 찾아다녔다. 이 곳도 그 중 하나이다.
세상 정신없는 도산공원 한복판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특유의 여유 있고 고즈넉한 분위기가 사람을 이끄는, 일치다.
강남 한복판의 핫한 동네에서 건물 안에 뻥 뚫린 공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여유로움의 상징이다. 저 정도 공간 즈음이야 쓰지 않아도 괜찮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일치가 그렇다. 도산공원에 위치해 있고 지하로 내려가야 하지만 무언가 지하가 아닌 듯, 밝은 햇살과 아름다운 정원이 특징이다.
이 창가 좌석은 인기가 매우 많은 듯 하다. 우리는 아쉽게 그 바로 옆 좌석으로 안내 받았다.
식전 웰컴디쉬로 완두콩이 나온다! 처음에는 진짜 당황해서 음??? 했는데 보다보니 나름 귀엽다. 맛은... 완두콩 맛이다. 나는 손재주가 없어서 완두콩 하나도 예쁘게 못 자르는데 짝꿍이 잘 잘라서 사진을 찍었다. 손 예쁘다.
그리고 식전빵과 버터가 함께 나온다. 특이하게도 굉장히 길게 생겼다. 부드럽고 따끈하다.
뇨끼를 시켰다! 뇨끼가 동글동글 귀엽게 감자마냥 나온다. 그 위에 가리비관자가 얹어져 있다. 여기에 10,000원을 추가하면 트러플을 갈갈 갈아준다. 물론 추가했다. 추가한 트러플은 얹어서 나오는 게 아니라 직접 자리에 와서 눈 앞에서 갈아준다. 뇨끼가 특이하게 생겼는데 쫀득쫀득 맛있다!
본격 3만원대 아란치니를 시켜보았다. 내가 먹어본 아란치니 중 가장 비싸지 않을까 하는데 일단 양이 무지하게 많으니 비합리적인 것은 아니다. 생긴 것도 특이하게 생겼다. 동글동글하지 않고 돈가스처럼 생겼다. 아래에는 비프 스튜가 자작하게 깔려 있다.
보통 사이드 디쉬로 나오는 아란치니를 이렇게 요리마냥 판다는 것은 그만큼 자부심이 있다는 뜻일테다. 그리고 그마만큼 맛이 있었다. 다만 개인적으로 아란치니는 뭔가 동글동글 귀여운 친구들을 부셔서(?) 먹는 재미가 있는데 그 기분은 나지 않고 오히려 돈가스를 퍼먹는(...) 기분이긴 했다.
진짜 '통'닭이 나오는 트러플 화덕통닭. 이걸 어떻게 먹으라는 걸까 싶어 비주얼이 약간 당황스러웠는데 사진 찍을 시간을 주시고는 직접 분해 해 주신다. 마찬가지로 위에는 트러플을 갈갈 갈아주신다.
이건 일단 양이 정말 많았고 신박하게 생겨서 사진 찍기에는 좋았으나 맛에 있어서는 그렇게 큰 임팩트가 있지는 않았다. 찢으면 아래와 같은 모습이다.
개인적으로 낮에 가기 좋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가운데 정원과 그 옆의 통유리창 덕분에 햇살이 잘 들어오기 때문이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나무가 녹지는 시즌인 봄여름이 좋을 것 같다. 더불어, 맛보다는 분위기를 먹는 곳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뇨끼도 아란치니도 괜찮았는데 가격대가 생각보다 있는 편이라 그런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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