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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ning/fine dining

스시산원 청 런치 - 깔끔한 가성비 오마카세 재방문 의사 200% / 스시산원 세컨브랜드 / 청담 역삼역 미들급 스시야

by 캐니킴 2021.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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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꿍이 미국에 가는 날 직전 마지막 다이닝은 항상 스시이다. 사실 처음부터 의도한 건 아니었는데 몇 번 그러기를 의식도 못한 채 하다, 생각해 보니 그랬다. 그 이유를 또한 생각해보니, 미국은 스시가 비싸기 때문이다. (단순)

 

다만 나는 아직 스시에 일가견이 없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유명한 스시야를 갔을 때에도 큰 감흥이 든 적은 없었다. 스시카나에는 그나마 괜찮았는데 생각해 보니 그게 비단 맛뿐이 아니라 탁 트인 창 덕분에 환하고 시원한 분위기 덕이 더 컸나 싶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에 분위기도 분위기지만 정말 '맛'으로 인상이 깊은 스시야가 생겼다. 처음으로 '아 여긴 주기적으로 와줘야 겠다' 싶을 정도였다. 

 

스시산원의 세컨 브랜드 시리즈이며 깔끔한 데다 가성비가 비 오듯 떨어지는(?) 역삼역의 미들급 스시야, 스시산원 청이다.

차완무시

스시산원 청의 런치는 자그마치 50,000원이다. 그냥 동네에 있는 곳도 아니고 나름대로 하이엔드 스시야인 스시산원의 세컨 브랜드인 데다가 강남에 위치했는데 이 가격이라니... 가히 충격적이다.

 

런치 끝자락 타임인 1시 반에 예약했는데 조금 늦어버려서 앉자마자 차완무시가 나왔다. 버섯이 들어갔는데 분명 트러플이 아닌데 묘하게 트러플 향이 나는 것 같았다. (시간을! 잘 지키자!)

스시 1 - 참돔

첫 번재 피스도 참돔이 나온다. 요새 다이어트를 하느라 탄수화물을 줄이고 있기도 하고, 이전에 스시산원 경에 갔을 때 정말 배가 터질 뻔해서 이번에는 시작도 전에 밥 양을 적게 달라고 요청드렸다. 참돔은 첫 피스답게 무난한 맛이었다. 샤리 향이 크게 강하지 않아 좋았다.

기린 생맥주

... 나는 분명 금주 중이지만 오늘은 짝꿍이 몇 주 넘게 미국으로 돌아가는 날이므로 어쩔 수 없이(??) 맥주를 한 잔 했다. 물론 짝꿍은 건강검진에서 맥주 줄이라고 했으므로 페리에 드셨음.

스시 2 - 잿방어

두 번째는 잿방어다. 사실 '아니 두 번째부터 방어라니? 우와' 하며 먹었다. 개인적으로 스시 먹을 때 와사비를 꼭 더 얹어서 먹는 것을 좋아하는데, 스시산원 청은 기본적으로 와사비를 안 주길래 무슨 일인가 싶었다. 그런데 먹어보니 알겠더라. 스시가 느끼함이 잘 조절되어 있고 담백하면서도 밍밍하지 않아서 와사비가 필요 없었다. 내 스시에 다른 얹을 것은 필요 없다는 셰프님의 자부심이려나.

스시 3 - 가리비

세 번째는 가리비다. 밥 양을 적게 하다 보니 가리비가 굉장히 커 보인다. 탱글 하니 씹는 맛이 좋았다. 여기까지도 나와 짝꿍은 시간이 부족할까봐 냠냠 나오는 대로 먹었다. 그리고 셰프님도 우리가 먹는 족족 스시를 놓아주셨다. 안 그래도 천천히 먹는 우리인데 혹시나 시간이 부족할까 우려되어 그랬는데, 이러니까 스시 맛을 잘 못 느끼겠어서 다음 피스부터는 그냥 원래대로 천천히 먹었다. (대충 다른 팀들과 진도가 비슷해지기도 했고)

스시 4 - 한치

다음은 한치다. 오징어류를 크게 좋아하지 않아서 한치 스시도 딱히 좋아하지 않는데, 스시산원 청의 한치는 한치 같지 않고(?) 얇고 괜찮았다. 

스시 5 - 참치 속살

참치 속살이다. 참치는 언제나 옳다. 최근에 단백질 섭취한답시고 혼자 참치를 많이 시켜 먹는데 물론 그와는 비교가 안 되는 참치였다. 맛있다.

스시 6 - 참치 뱃살

대망의 참치 뱃살이다. 입 안에서 사르르 녹는 것이 진짜 맛있더라. 요새 네셔널 지오그래픽 채널에서 참치 잡는 프로그램을 자주 보는데, 잡은 참치의 속 살에 가격을 메길 때 최고 등급이 나오는 색과 언뜻 비슷하다. 참치가 입에서 사르르 녹는다는 표현 진부하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진짜기 때문에 존재하는 말이었다. 사르르 녹는다.

 

중간에 보리멸 덴뿌라가 나왔는데 먹느라고 사진을 못 찍었다. 아래 단새우와 우니 사진을 보면 저 멀리(...) 접시에 보이는 친구다. 튀김류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건 진짜 맛있었다. 일단 딱 입에 넣는 순간 깨끗하고 좋은 기름으로 갓 튀긴 제대로 된 튀김이라는 느낌이 팍 온다. 안의 생선살도 보드랍고 맛있어서 셰프님께 생선 이름을 되물었는데, 요 작은 게 한 마리라고 하셨다. 그러니까 맛있는 생선 한 마리를 통째로 좋은 기름에 튀긴 덴뿌라인 것이다. 맛이 없을 수가 없다.

스시 7 - 단새우와 우니

다음은 단새우와 우니이다. 하나씩은 꼭 나오는 우니! 특이했던 것은, 다른 스시야에서는 이 우니 스시가 제일 기억에 남곤 했는데 여긴 꼭 그렇진 않았다. 그렇다고 우니가 맛이 없던 것은 아니었고, 참치 뱃살이나 덴뿌라 등 다른 것들도 특출 나게 맛있어서 그런 듯하다.

스시 8 - 전갱이

아홉 번째 피스는 전갱이다. 앞서 워낙 자극적이고 맛이 강한 스시들을 먹다 보니 전갱이 같은 무난한 피스는 사실 기억에 잘 안 남는다. 그래도 비리거나 맛이 없다는 기억은 없다.

따뜻한 국

이 타이밍에 따뜻한 국이 함께 나온다. 아무래도 향이 강한 것들을 다 지났으니 입 한 번 리프레시 하라는 의미인 것 같다.

스시 9 - 금태

금태이다. 불에 약간 그을려서 훈연 향이 은은하게 난다. 큰 인상은 없지만 적당히 괜찮았다.

 

그리고 중간에 하나를 안 찍었네;; 청어가 빠져 있다.

스시 11 - 아나고

마지막 스시 피스로 아나고가 나온다! 구운 걸 거의 바로 얹어 주셔서 굉장히 뜨겁다. 뜨거우니 조금 있다 먹으라셔서, 첫 번째 팀에게 먹어도 된다고 하실 때를 맞추어 먹었는데도 뜨거웠다. (앗뜨) 다만 소스라던가 살이 너무 맛있어서 그 뜨거움마저 맛으로 승화된 것 같았다. 간만 세게 해서 구색을 맞춘 아나고와는 다르게 살이 무너지는 맛도 맛있었다.

스시 12 - 후토마끼

스시 이후에는 역시나 후토마끼가 나온다! 실시간으로 셰프님이 후토마끼를 마는 것을 지켜볼 수 있는데 뭔가 엄청나게 많은 재료가 들어가길래 뜨악했는데 막상 잘라놓고 보니 그렇게 크지 않다?

 

으레 그러하듯 이때 즈음에는 배가 불러서 맛이고 뭐고 느낄 수 없는 지경이다.

스시 13 - 계란

계란!! 난 이걸 너무 좋아하는데 이런 내 입맛이 초딩 입맛이고 싼 것을 좋아하는 군, 싶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정작 스시가 발현될 때 즈음의 일본에서는 생선이 흔하고 계란이 귀해서 이게 더 고급 음식이었다고 한다. 그렇든 말든 달라지는 것은 없지만 괜히 마음의 위안이 되었다. (?)

 

아무튼 난 계란의 폭신함과 달큰함을 너무 좋아하는데, 스시산원 청의 계란도 맛났다. 촉촉하고 달짝지근해서 좋았다.

디저트 - 녹차 아이스크림

디저트로는 녹차 아이스크림과 팥이 나온다. 적당히 깔끔하게 입가심하고 마무리하기에 좋다. 생각해보니 오마카세에서는 디저트로 녹차 아이스크림이 자주 나오는 듯하다. 팥은 남겼고 아이스크림은 다 먹었다.

 


개인적으로 가 본 스시야 중 가장 자주 가게 될 것 같은 곳이다. 엄청나게 하이엔드여서 특별한 기념일을 위해 간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어도, 간단히 기분 내고 스시가 먹고 싶을 때 생각 날 것 같다. 전반적으로 구성이나 맛이 굉장히 깔끔하고, 인테리어와 분위기 또한 그렇다. 2층이긴 하지만 통창이 되어 있어 햇볕도 잘 든다. 무엇보다 샤리와 스시의 간이 적절하게 잘 되어 있다. 좋은 튀김이 느껴지는 덴뿌라나, 갓 구워 따뜻하다 못해 뜨거운 아나고나, 전체적으로 기본에 충실하다는 느낌이다. 밥 양도 처음부터 조절을 했더니 견딜 만했다.

 

스시산원 경을 디너로 간 적이 있는데 경 대비 청이 더 좋았다. 지하 1층과 지상 2층의 위치적 차이점도 있고 런치와 디너의 차이도 있겠지만은, 깔끔하고 담백한 구성에 피스 하나하나의 맛이 알찬 것은 청이 압도적이다.

 

너무 찬양만 해 놓았나 싶긴 하지만 정말 그랬기 때문에 민망하진 않다. 게다가 최근에 갔던 나름 유명한 스시야에서 굉장한 실망을 하고 온 터라 (판교 스시쿤... 부들...) 비슷한 미들급 스시야 런치에서 이런 감동을 받았다니 감회가 새롭다. 꼭 다시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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