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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ning/fine dining

시그니엘 스테이 런치 - 2021 미슐랭1스타 / 뷰맛집 프렌치레스토랑 / 프로포즈의 성지 / 잠실 Signiel Stay

by 캐니킴 2021. 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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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부터 꼭 하고 싶은 게 있었다. 내가 돈을 벌고 또 여유가 생기면 엄마에게 명품백 하나를 꼭 사드리고 싶었다. 설령 엄마가 받고 싶다 하지 않을지라도, 또 사실은 그럴 줄 알았더라도 나를 위해서라도 그러고 싶었다.

 

이런 또 저런 이유로 각 잡고 효도 Flex의 날을 만들었다. 바로 시그니엘 호캉스, 루이비통 백, 그리고 미슐랭1스타 스테이 런치로 구성된 하루이다. 

 

덕분에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스테이 런치를 다녀왔다. 

 

롯데타워 81층에 위치한 뷰 맛집으로 프로포즈의 성지로도 유명한, 프렌치 미슐랭1스타 시그니엘 스테이다.

 

귀한 창가 자리. 2달 전에 예약했다.

뷰가 좋은 곳이다 보니 창가 자리 예약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디너보다 런치가 나을 것 같긴 하지만, 시그니엘에 가기로 정하자마자 자리부터 예약했다. 약 1달 반 ~ 2달 전 사이에 예약했더니 무리 없이 가능했다.

 

81층이긴 해도 미세먼지가 많거나 날이 안 좋으면 말짱 도루묵인 경우가 많은데 이 날은 그래도 화창한 편이었다.

 

식전빵과 버터

다양한 식전빵과 버터가 먼저 준비된다. 사실 이 날은 차가 막혀서 라스트 오더에 겨우 들어간 지라 식전 빵과 첫 번째 메뉴가 동시에 나오는 등 순서가 정신없었다.

 

정말 1분 차이로 도착한 지라 기껏 예약해 둔 창가 자리를 놓칠 뻔 해 아찔했지만, 어찌 됐든 도착했다! 나는 무려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논알콜 음료를 마셨고 엄마는 와인 글라스를 시켰다. (내 술 DNA는 엄마에게 왔다) 식전 빵은 여전히 맛있었고 특히 햄이 들어간 버터가 짭짤하니 엄마도 좋아했다.

 

엄마가 시킨 글라스 와인

이건 웨이터 분이 추천해주신 와인인데 기대보다도 맛있어서 엄마가 기분 좋게 드셨다! 스테이에 가면 웨이터 분의 추천을 믿고 술을 시켜보자!

트러플 애피타이저

시그니엘 스테이 런치는 메뉴가 총 3가지이다. Passion, Fun, Emotion으로 가격대가 각각 83,000원, 115,000원, 그리고 145,000원이다. 우리는 둘 다 Emotion을 먹었다. (엄마가 가격 보면 안 고르실까 봐 미리 주문해둠)

 

Emotion의 첫 번째 식전 메뉴는 이름이 기억 안 나는 트러플이 들어간 애피타이저다. 사실 이 때는 이제 막 숨을 고르느라 별생각 없이 호로록 먹어버렸다. 뷰가 좋네..

 

마늘 오일과 타임을 곁들여 구운 가지, 매실과 명이 페스토

두 번째 애피타이저는 마늘 오일과 타임을 곁들여 구운 가지, 매실과 명이 페스토(헥헥)다. 말캉한 가지에 짭조름한 페스토가 잘 어울린다. 위에 꽂힌 칼처럼 생긴 것도 바삭하게 튀긴 가지인데, 이것도 부셔 먹으니 식감이 좋았다.

발효 체리와 무화과를 곁들인 파떼와 그린 샐러드

다음은 발효 체리와 무화과를 곁들인 파떼와 그린 샐러드이다. 아무래도 프렌치라 그런지 이름이 상당히 길고 어렵고 솔직히 이름만 봐서는 뭔지 잘 모르겠다.

 

쉽게 생각하면 다진 편육에 무화과 젤리 얹은 건데, 원래 그런 건지는 몰라도 식감이 생각보다 차가워서 놀랐다. 지난번에도 비슷한 게 나왔던 것 같은데 그때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얇게 썬 지리산 한우 생 우둔살, 아삭한 당근과 대파를 곁들인 비프 콩소메

마지막 애피타이저는 얇게 썬 지리산 한우 생 우둔살, 아삭한 당근과 대파를 곁들인 비프 콩소메다. (...) 무언가 뜨끈한 육수에 소고기가 샤브샤브처럼 얹어져 있다고 이해하면 쉽다. 

 

엄마가 육수 따뜻하다고 좋아하셨다.

 

오리를 시킨 테이블에는 이렇게 먼저 보여주신다!

메인 요리는 오리, 메로, 한우 중에 시킬 수 있고 나는 오리, 엄마는 메로를 시켰다. 메인으로 오리를 선택한 테이블에는 저렇게 통 오리를 들고 다니며 보여주신다! 처음에는 저게 다 나오나 싶어서 '이걸 다 주시나요...?' 했다가 웨이터 분이 친절하게 아 그건 아니고 우선 보여드린다고 하셨다. 사진 찍으라고 보여주시는 것 같길래 응당히 사진을 찍었다.

 

메인1 - 훈제향의 오리 가슴살 구이와 덕 소스, 바닐라, 피스타치오 오일로 마리네이드한 체리

내가 시킨 메인인 오리가 나왔다. 오리라기엔 상당히 상큼한 색상의 소스가 인상적이다. 체리향이 꽤나 진해서 메인임을 생각하면 엄청 무겁지는 않은 점이 색달랐다.

 

다만 중간중간 대파 같은 야채가 들어가 있는데 솔직히 식감이 유쾌하진 않았다. 

메인2 - 샐러리 오일로 천천히 익힌 메로와 휀넬 샐러드, 송어알과 캐비어

엄마가 시킨 메인인 메로구이이다. 캐비어와 송어알이 톡톡 얹혀 있고, 메로구이와 감자 같은 휀넬 샐러드가 있다. 

 

오리보다는 메로가 훨씬 맛있었다. 수비드 비슷하게 천천히 익혀서 그런지 사르르 녹는 식감도 맛있었고 소스와의 궁합도 과하지 않았다. 

 

'복숭아 멜바', 라즈베리 쿨리, 캐러멜라이징 아몬드 아이스크림과 바닐라 크림

시그니엘 스테이는 디저트가 특이하다. 코스 메뉴의 일환으로 나오는 메인 디저트도 있지만, 뷔페에서 직접 가져다 먹을 수 있는 디저트 바가 따로 마련되어 있다. (물론 올 때마다 정작 바에서는 2개 정도 먹으면 배 불러서 더 못 먹는다)

 

사진에서 자그마한 컵에 들어가 있는 것이 '복숭아 멜바'라고 하는 샤베트 비슷한 디저트이고, 커다란 디쉬에는 아이스크림과 라즈베리 말린 것이 나온다. 아이스크림은 꽤나 맛있다. 특별한 날에 레터링을 부탁드리면 이 디쉬에 써주신다.

 

그 외의 디저트 바에서는 아주 작은 한입거리들이 가득 준비되어 있다. 이쯤 되면 너무 배가 불러서 제대로 먹어본 적은 없지만 좋은 경험이고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시그니엘 스테이의 두 번째 런치가 마무리되었다. 스테이는 항상 '뷰도 좋고 경험도 좋은데 정작 음식이 인상 깊지는 않은 곳'으로 남는다. 아무래도 프렌치이다 보니 조리법도 재료도 생소해서 그렇게 느끼는 부분이 큰 것 같고, 그렇다 보니 인상에 확 남는 디쉬 한 가지가 떠오르지 않는다는 점도 이에 기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는 즐거움과 성의 있는 서비스 그리고 인테리어가 다 하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엄마는 맛있고 뷰도 너무 좋았다고 말씀 주셨는데 그 말만으로도 내게는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딸내미가 사주는 맛난 밥이니 당연히 좋으셨겠지만 그래도 더 좋은 곳, 더 맛있는 것으로 드리고픈 것이 또 딸 마음일 테니까. 

 

별개로 한 가지 재미있던 점은 다음 날 아침에 조식을 먹으러 나오니 스테이와 같은 장소였다는 것이다. 레스토랑 공간을 아침엔 조식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인데, 아이디어도 독특하기도 했거니와 조식이 정말 맛있었다. 같은 쉐프진이 하시는지는 모르겠으나 미슐랭 레스토랑 공간에서 후줄근하게 조식을 먹는 것은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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