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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ning/fine dining

스시코하쿠 디너 - 제주도 원탑 스시 오마카세 / 그랜드 하얏트 제주 맛집 / 조선호텔 스시조 출신 셰프 / 제주 노형동 스시 오마카세

by 캐니킴 2021.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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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시국으로 인해 pre-신혼여행을 제주도로 다녀왔다. (내년에 하와이 갈 거니까 이건 신혼여행 아니고 pre-신혼여행이다! 아무튼 맞음!) 결혼식 직전까지 정말 정신이 없어서 여행 계획은 무슨 몸이 부서지지 않고 도착하는 게 다행인 수준이었는데 그 와중에 유일하게 예약해 둔 맛집이 있다. (물론 이것도 제주도에서 예약함)

역시 리서치 장인 전남친 현남편이 찾아준 스시코하쿠! 스시코우지로 유명한 셰프 코우지가 유튜브에 올린 맛집이라고 한다. 숙소인 그랜드 하얏트에서 택시를 타고 갔는데 택시 잡는 걸 도와주신 호텔 직원분이 "아, 코하쿠요?"하고 바로 아시는 걸 보니 지역에서 꽤나 유명한가 보다.

디너 오마카세 메뉴판 (인당 150,000원)

디너 오마카세 메뉴판을 따로 주신다. 아주 간단하게 6종류로 쓰여 있지만 물론 저 안에는 또 스시 종류가 엄청나게 다양하다. 좌석은 모두 바 형태로 되어 있다. 가격은 인당 150,000원인데 사실 서울에서도 이 가격이면 싼 편은 아님을 감안하면 꽤나 기대할 수밖에 없다.

기본 세팅

자리에 앉으면 기본 세팅이 이렇게 주어진다. 특이한 점은 개인 화로가 있다는 것...! 처음에는 추가 메뉴가 있는 건가? 싶었는데 추가 주문과 상관없이 모두에게 주어지고 이게 있는 이유는 뒤에 나온다.

주문한 사케 - 나베시마 토쿠베츠준마이 (90,000원)
사케의 설명 라벨 (가져갈 수 있다!)

결혼식이 끝나고 고삐가 풀린 나로서는 사케를 주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셰프님의 강력한 추천을 받고 1병 남았다는 소식에 잽싸게 주문한 나베시마 토쿠베츠준마이. 탄산이 조금 있는데 결론적으로 정말 맛있었다!

처음에는 탄산 때문에 약간 샴페인 같은 식전주인가? 싶더니만, 갈수록 부드러운 맛과 향이 더해져서 좋았다. 과일향이 꽤나 있어서 처음에 고량주 같다고 말했는데 크나큰 오해였다. 가격은 병당 90,000원이다.

차완무시

첫 번째로는 차완무시가 나온다. 특이한 것은 맨 밑에 곡물이 오트밀처럼 불려서 깔려 있어서 식감이 재미있다. 보통 차완무시는 부드러워서 '호롭!' 하고 마시듯 먹게 되는데, 스시 코하쿠의 차완무시는 씹는 맛이 있었다.

사시미 - 대광어와 다시마 소금

사시미로는 다시마 소금을 곁들여 먹는 대광어가 나온다. 오른쪽에 기다란 것이 다시마 소금인데 그냥 먹으면 굉장히 짜다! 광어에 얹어 먹으면 심심하지 않게 간이 딱 맞다. 보통 사시미라고 하면 으레 나오는 재미없는 흰 생선에 와사비여서 기대하지 않게 되는데, 다시마 소금이 들어가니 재미도 있고 맛있었다.

갈치에 아귀간 소스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아귀간이다! 부드러운 갈치 요리에 아귀간 소스를 곁들여 먹는다. 아귀간 양이 꽤나 많아서 거의 발라 먹어도 된다 (감동) 역시나 실망시키지 않는 아귀간이었고 갈치도 굉장히 부드럽다!

저온조리한 돌문어

다음으로는 돌문어가 나온다. 3시간 동안 저온 조리했다고 하시니 아마 수비드 기법인 것 같다. 쫄깃하고 맛있었다! 우리가 먹은 돌문어 베스트는 부산 머스트루의 돌문어 요리였는데 이곳도 괜찮았다! (그러나 코하쿠는 너무 맛있는 게 많아서 이게 1위는 아닌 매직)

전복과 전복내장소스

아귀간 소스에 더해 전복내장 소스라니 정말 감동이다... 전복은 말해뭐해 부드럽고 내장 소스도 여유 있게 듬뿍 주신다. 여기서 찐 감동 모먼트는 남은 내장 소스에 밥을 비벼 먹을 수 있도록 주신다는 것이다.

사실 오마카세 가서 주는 대로 다 먹으면 배가 터질 것 같아서 고민했겠지만 코하쿠에서는 시작할 때부터 밥 양 조절을 부탁드렸기 때문에 배에 여유 공간(?)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 밥을 조금 받아서 비벼 먹었다! 이것도 그냥 주시지 않는다. 김도 같이 주심.

전복내장소스에 비벼먹을 밥 한 숟갈과 김 
토마토절임과 유자제스트

이제 스시가 시작되기 전에 클렌저가 나온다. 토마토 절임과 유자제스트이다. 한 입에 넣을 수 있도록 꼬치에 꽂혀 나오고 꽤나 시큼하다.

스시 1 - 삼치

첫 번째 스시는 삼치다. 쫀득하고 꼬들한 것이 맛있었다. 씹는 맛이 좋다!

스시 2 - 옥돔에 유자소스

두 번째 스시는 유자소스가 더해진 옥돔이다. 코하쿠는 너무 좋았던 것이 스시 한 점도 평범하고 무난하게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른 곳에서는 초반에 나오는 사시미나 스시는 plain 한 흰 살 생선이 나와서 예상되는 맛인데 코하쿠는 뭐라도 발라준다. (?)

개인 화로에 준비되는 나베
메로와 버섯 등이 들어있다

이것은 바로 개인 화로가 있었던 이유이다! 무려 개인 나베가 준비된다. 메로, 무, 당근, 버섯, 조개 등이 들어있고 거기에 육수를 부어주신다. 밑의 양초까지 켜지면 육수가 잘 우러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먹으면 된다. 이게 정말... 술안주도 되고 스시 중간의 따뜻한 국물도 되고 너무 예상 밖의 포인트였다.

스시 3 - 전갱이에 야꾸미

세 번째 스시는 전갱이다. 등푸른 생선은 비린 고등어를 많이 먹어봐서 거부감이 있는데 전갱이가 괜찮은 건지 코하쿠가 잘하는 건지 아무튼 비리지 않고 맛있었다. 위에는 실파 등으로 만든 야꾸미가 얹혀 있다.

스시 4 - 참다랑어 속살 (아카미)

다음으로는 붉은 생선인 참다랑어 속살이 나온다. 참치는 뭘 해도 맛있지만 코하쿠의 참치도 보드랍고 맛있었다!

모듬 튀김 - 표고버섯, 꽈리고추, 장어, 새우

중간에 나오는 튀김마저도 평범하지 않다! 튀김 모듬이 예쁘게 플레이팅되어 나온다. 튀김은 표고버섯, 꽈리고추, 장어, 새우이다. 소스 종류도 3가지로 된장치즈소스, 시침, 말차소금이 나와 취향에 따라 다양하게 먹을 수 있다.

여기 표고버섯은 특히 속에 새우살 같은 것이 들어가 있어서 식감이 더 풍부하고 좋았다. 지금은 사라진 어반더스카이의 우리가 좋아하던 튀김 요리를 먹는 것 같았다.

스시 5 - 참치 뱃살 (오도로)

튀김 다음에는 참치 뱃살이 나온다! 나는 이 순서가 굉장히 좋다고 생각했던 것이, 보통 붉은 살 생선이 두어개 연속으로 나오면 입에 남는 맛이 비슷하게 느껴져서 아쉬울 때가 있곤 했다. 그런데 스시코하쿠에서는 중간에 튀김을 넣어주니 별개의 두 가지 생선으로 느껴져서 좋았다. 그리고 오도로는 당연히 맛있었다!

스시 6 - 단새우

이제 맛이 강한 생선 위주로 나오는데 그 처음은 단새우다! 오동통한 것이 맛있었다.

스시 7 - 우니

다음은 우니다! 김에 싸서 손으로 주신다. 우니도 말이 필요 없이 맛있었다. 단새우랑 우니는 연달아서 자주 나오던데 그 궁합이 좋아서 인 듯하다.

스시 8 - 금태

신기했던 (거의) 라스트 피스로 나온 금태! 흰 살 생선이 이렇게 막판에 나오는 걸 본 적이 없어서 신기했다. 토치로 훈연해주셨는데 불향도 나고 맛있었다.

스시 9 - 시메사바 보우 스시 (고등어 김밥)

맛이 센 스시의 다음으로는 시메사바 보우 스시가 나온다! 쉽게 말해 고등어 김밥이다. 앞서 말했듯 고등어를 비리지 않게 먹어본 기억이 별로 없어서 괜히 무서워하는데 코하쿠의 시메사바는 맛있었다.

카이센동 

또 특이하고 어마무시한 게 나와버린 스시코하쿠...! (진짜 감동의 연속...) 무려 카이센동을 만들어 주신다. 양이 많지는 않지만 슥슥 비벼서 김에 싸 먹을 수 있도록 김도 여러 장 주신다. 그렇다면 응당 또 싸 먹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김에 싸먹은 카이센동

카이센동이 나오는 것만으로도 특별한데 이 마저도 그냥 먹지 않게 하는 감동의 코하쿠다.

스시 10 - 장어

공식적인 라스트 피스로는 장어가 나온다. 훈연한 장어인데 살이 실하다!

앵콜 스시 - 금태

마지막으로는 앵콜 스시를 먹을 수 있다. 대부분 우니, 단새우 등을 부탁하셨는데 나는 이번에는 금태가 좋았다. 사실 단새우나 우니는 다른 데서도 비슷한 맛을 찾을 수 있는데 불 향이 은은하게 나면서 맛이 센 생선들 사이에서도 살아남은 금태가 오래 남았다. 여전히 맛있었다.

디저트 1 - 멜론과 청포도 젤리

입가심을 위한 디저트가 여러 개 나오는데 첫 번째는 멜론과 청포도 젤리다. 무난하게 상큼하다.

디저트 2 - 교꾸

두 번째 디저트는 뽀송한 계란 카스테라, 교꾸이다. 우리가 지난주 막 결혼한 신혼부부라고 했더니 셰프님이 특별히 케잌 모양으로 얹어 주셨다! 너무 귀엽고 좋았다.

이게 더 특별했던 이유는 우리를 담당한 셰프님이 우리가 결혼식을 올린 조선호텔의 스시조 출신이셨다는 것이다! 스시조는 예약이 너무 힘들어서 가볼 엄두도 못 내고 있긴 하지만, 같은 공간(?)을 공유한 듯하여 반가웠다.

디저트 3 - 견과류 튀김

정말 마지막으로는 견과류 튀김을 내어주셨다! 강정처럼 달짝지근하게 튀긴 견과류였는데 원래 메뉴에 있는 것은 아니고 이 날 한 번 만들어 보았다고 하셨다. 바삭하고 달큰하고 맛있었다!


전남친 현남편이 된 신랑과 내 기준 1등 오마카세로 등극했다! 예상되지 않는 다채로운 식사 구성도 좋았고, 밥 양을 처음부터 조절해서 인지 지나치게 배부르지 않아 마지막까지 맛을 느낄 수 있던 것도 좋았다.

셰프님도 친절하시고 과하지 않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았는데 그중 으뜸은 단연 맛집 추천...! 제주도 토박이셔서 제주 로컬 맛집을 여러 군데 추천해 주셨는데 죄다 마킹해 두고 왔다. 영업용이 아니라 정말 본인도 자주 가시는 진심이 담긴 맛집을 추천해 주셔서 우리도 더 신나게 담아 두었다. (언젠가 꼭 가봐야지)

우리가 아직까지 서울에서 제일 좋아하는 스시 오마카세는 스시산원 청이지만 전국으로 치면 코하쿠가 등극해 버렸다! 값어치를 분명히 하는 곳이다. 다음에도 제주 갈 일이 생기면 무조건 꼭 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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