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편에 이어서, 결혼식장을 정할 때 고려해야 하는 요소와 나의 경우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면, 사실 별 게 없고 간단하다.
다른 사람들은 예식장의 위치, 주차 편의성, 밥이 맛있는지, 등등을 고민한다던데, 사실 나는 환구단 그리고 은하수 전구 하나 보고 결정한 게 컸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음 한편에는 '조선호텔이니까 다 괜찮겠지!' 하는 알 수 없는 자신감과 안도감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이켜 보니 좋았더라, 하는 것들은 이것이다.
ii. 지정좌석제 (a.k.a 동시예식, 2부 진행 예식)
어렴풋하게나마 어릴 적부터 어른들과 친지들의 결혼식을 다녀오면 들었던 생각이 있다. "뭐가 이렇게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 진행되는 거지?" "신랑 신부는 여기 온 사람들을 다 알기는 하는 걸까?" 하는 의문점들. 정작 나 자신도 식의 주인공들을 잘 모르는데, 잘 모르면서 일단 따라가서 인사를 하고 자리 한편을 차지한다는 것이 하객으로서도 편치 않았다.
그래서 내 결혼식은 꼭, '내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과' '편안하고 즐길 수 있는 환경에서' '한 명 한 명 마주보며 파티같이 신나게' 하고 싶었다. 결혼식에 대한 로망은 딱히 없었는데, 평생 단 한 번 있을 날일테니 아무튼 내가 두고두고 꺼내볼 수 있는 즐거운 날이면 좋겠다,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하루에 단 두 팀만을 진행하고, 그래서 식 전후로 여유 시간이 충분하고, 그래서 식 자체만도 1-2부를 거쳐 약 2시간에 걸쳐 진행이 되지만, 하객 입장에서도 정해진 자리에서 예쁜 전구와 맛난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조선호텔이 좋았다. 거기에 나는 개인적으로 음악도 중요하다 생각해서 라이브 재즈팀과 보컬분도 따로 모셨는데, 그건 나중에 따로 설명하기로.
물론 자리배치가 쉽지는 않았다. 그러나 '진심으로 나의 결혼식을 축하해줄 사람들'로 하객을 추리다 보니, 내가 어디에 모시든 나의 진심과 고민을 알아줄 거라는 자신이 있었다. (물론 애매한 경우에는 직접 선호도를 물어보았다)
단, 하객 분들의 편의를 위하여, 그리고 내가 정말 원하던 즐거운 파티같은 식을 위하여 나도 꽤나 많은 준비를 했다. 버진로드 근처로 추가한 사각 테이블에서, 버진로드 쪽에 앉는 사람들은 식을 보기가 어려우니 과감히 빼고 한쪽에만 앉는 형태로 맞추었다. 그리고 테이블 당 몇 명을 앉힐 것인지 정할 때에도, 코로나 시국인 탓에 더 조심스러운 것도 있지만, 되도록 쾌적하게 앉을 수 있도록 테이블 당 인원수를 되도록 적게 맞추었다. 이건 결국 다 견적과 관련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냥 돈을 많이 썼다는 얘기일 수도 있다.
그것만은 분명히 하고 싶었다. 귀한 주말에 시간을 내어 나의 식장까지 걸음을 해주고, 이 곳에서 기꺼이 2시간이나 되는 시간을 할애하며 나의 소중한 날을 축하해 주려는 사람들에게는 적자인지 흑자인지가 문제가 아니었다. 제대로 대접을 하고 싶었고, 그래서 조선호텔은 나의 마음에 쏙 들었다.
(참고로 서울 기준으로 하루에 한 팀만을 받는 식장은 시그니엘밖에 없는 것으로 안다. 그렇기 때문에 하루 단 두 팀도 굉장히 여유로운 편에 속한다)
뭔가 거창한 이야기를 할 것마냥 식장 구하기 글을 쓰기 시작했지만, 결국 나는 이런 저런 것들을 다 고민했다기보다는, '두고두고 내 마음에 들게 기억될 수 있고, 내게 소중한 사람들만을 귀하게 모시기에도 좋은 곳'이 가장 큰 기준이었다.
이제는 슬슬 친구들이 하나 둘 결혼을 하면서 미국에 있어 직접 가지는 못해도 청첩장을 종종 받는데, 정말 다양한 식장이 있어 볼 때마다 신기하고 또 재미가 있다. 왠지 친구들마다 자기와 묘하게 비슷한 결의 식장을 선택하는 것 같아 특히 재미있는데 (예: 나와 비슷하게 큰 고민 없이 품질이 보장되는 호텔식을 택하는 친구, 숲 속 요정 느낌으로 채광이 좋고 아기자기한 식장을 택하는 친구, 실용적이고 무난한 곳을 택하는 친구) 결국 좋은 식장은 자기 마음에 드는 식장이기 때문에 그런 느낌을 받는 것 같다.
아무튼, 결혼 준비의 첫 단추이자 누군가에게는 정말 어려울 수도 있는 식장을 정해 계약을 마쳤다면, 내가 '언제' '어디서' 식을 치를지는 결정이 된 거다. 이제부터는 거기에 들어갈 컨텐츠를 정하고 준비하는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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