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와보니 여기서는 통상 다이아 알반지를 건네는 프로포즈를 하면 본격적인 결혼 시작이라고 여기는데, 한국에서는 식장을 잡는 게 그에 준하는 것 같다. 그래서 식장을 잡는 것은 결혼 준비에 있어 꽤나 상징적이다. 물론 나는 또 잘 모르는 채로 어쩌다 보니 식장을 잡게 된 경우인데, 그 과정도 재미있었다.
결론적으로, 나는 식장 투어를 하지 않았다. 처음 고른 그 곳 그대로 계약을 해서 식까지 마친 경우이다.
어떻게 된 것인가 하니, 역시 나는 가족을 제외하고 또래 및 선배들 결혼식을 다 합쳐서 가본 것이 단 2회였기 때문에 결혼식장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낮았다. 때문에 처음에 결혼식장을 찾아볼 때, 말 그대로 인스타그램에서 #결혼식장 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인스타그램 최고)
위치도, 가격대도, 수용 인원수도 모르고 그렇게 찾다가 조선호텔의 환구단 배경으로 찍은 결혼 사진들이 예뻐 보여서 남편에게 여기가 예쁘다고 말을 전했다. 남편이 시부모님께도 말씀을 드렸고, 두 분 다 좋다고 하시고는 시간이 날 때 직접 호텔에 방문하여 가계약을 거셨다(!) 우리 부모님도 너희가 좋다면 좋은 거지, 하며 동의를 주시어 결국 본 계약을 하는 날에 다 같이 만나 처음으로 식장을 보고 바로 계약해 버렸다(!!)
그렇게 나의 식장이 정해졌다.
한 가지 이 과정 중에 알게된 것은, 내가 보았던 환구단 뷰 배경의 식장은 조선호텔에서 비교적 소규모 웨딩을 위해 100-150명 규모를 수용하는 "라일락홀"이었고, 우리는 200명 이상을 예상했기 때문에 "그랜드 볼룸"으로 가게 되었다.
그래도 환구단 자체가 (조선호텔 것도 아니지만서도 위치 하나로 평생 이득을 보는...) 조선호텔의 상징인 만큼 그랜드 볼룸에서 결혼하는 커플 또한 식 전에 환구단에서 사진을 찍는 것이 의례처럼 진행된다. 덕분에 실제로 멋진 사진들도 많이 얻었고, 아주 만족한다.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환구단 자체가 고종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곳인 만큼, 터가 그렇게 좋아서 조선호텔에서 결혼하는 커플들이 아주 잘 산다고 한다. 어찌되었든 여러 모로 환구단이 좋다는 뜻이다!
나의 식장 잡기는 이렇게 간단하고 쉽게 진행되어 버렸지만, 그 이후에 알게 된 식장을 고를 때 봐야 하는 것들 위주로 적어보자면 아래와 같다.
i. 예산
결국 모든 것은 예산으로 귀결된다. 결혼식장 비용은 크게 식대, 대관료, 그리고 그 외 플라워/전구 등의 추가금으로 구성된다. 물론 "그 외"에 해당하는 것은 너무나도 많다. 2부 진행을 위한 3단 케이크, 동시 예식일 경우 지정 좌석제를 위한 네임태그, 원형이 아닌 사각 테이블 등등... 그러나 이 부분은 식장마다 굉장히 상이하니 80:20을 위해 식대부터 보겠다.
식대는 적게는 인당 5만 원부터 많게는 인당 20만 원대까지 가장 차이가 나는 항목이고, 사실상 이것에 따라 예산이 결정된다고 봐도 된다. 결국 (인당 식대)*(인원수)가 총식대를 결정하고, 아주 적게 5만 원*100명이라고 해도 500만 원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것 또한 뷔페식이냐 한상차림이냐 코스식이냐 등으로 나뉘는데, 조선호텔의 경우 코스식만 제공했고 대신 양식과 중식으로 나뉘어 각각 금액대별로 옵션이 있었다. 조선호텔의 중식당 홍연이 유명한 만큼 중식도 맛있을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대량으로 나오는 결혼식장 음식의 특성 상, 나오는 시간이 늦어져 식게 되면 중식이 더 영향이 클 것 같아 양식으로 결정했다.
웨스틴조선 호텔 결혼식 식사 시식 후기 https://cannykim.tistory.com/26
코스는 기본 약 11만원대 부터 시작했고, 잔치국수는 인당 5,000원으로 추가할 수 있다. 여기에 테이블 당 와인을 몇 병 배치할 것인지 등에 따라 식대가 추가로 달라진다. (최근에는 많이 올라 약 15만 원선에서 시작한다고 어렴풋이 들었다. 다만 나는 계약 자체를 일찍 한 탓에 가격적 혜택을 더 받은 경우이다. 별도로 할인이 있던 것은 아니고, 보통 결혼식장은 해마다 가격이 올라가며 계약일 기준으로 가격이 정해진다. 따라서 21년도 예식을 위해 20년도에 견적을 받아 계약했다면, 20년도 당시 가격으로 계약하게 된다)
대관료도 식장마다 매우 다른데, 조선호텔의 경우 식대와 추가금을 포함한 총액이 5,000만원을 넘어갈 경우 대관료는 무료였다. 즉, 최소 금액이 5,000만 원이라는 얘기이다. 이마저도 지금은 올랐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계산을 해도 어차피 5,000만원을 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대관료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추가금이 아주 재미난 부분인데, 이건 정말 사람의 성향에 따라 천차만별이 되는 사항이다. 환구단 이후에 내가 꽂혔던 포인트는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의 시그니쳐, "은하수 전구"였다. 호텔식의 경우 어두운 홀에 높은 천고, 비슷한 버진로드처럼 보일 수 있겠으나 이 은하수 전구만큼은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조선호텔만의 독특한 장점이었다.
게다가 무엇보다... 너무 예쁘다! 실제로 식장에 들어가면 '헉'하게 되고 마치 다른 세상을 온 것 같은 느낌마저 준다. 심지어 유행을 타는 것도 아니고 두고두고 보아도 여전히 예쁠 것 같아 꼭 넣고 싶었다.
이 은하수 전구만 약 600-700만원을 한다. 재미난 것은 같은 날 예식이 점심/저녁 2회만 진행되는데, 이 중 해당 일자에 먼저 계약한 사람이 은하수 전구를 해야지만 다른 사람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21년 10월 예식을 20년 11월에 계약하면서 내가 먼저 은하수 전구를 선택할 수 있었다.
그 외에도 기본으로 주어지는 원형 테이블이 아닌 사각 테이블을 선택하려면 추가금, 버진로드 맨 끝에 보이는 캔들월을 골든월로 바꾸려면 추가금 등등 많은 것이 있지만, 그다음은 바로 꽃이다.
조선호텔의 경우 '격물공부'라는 전통 있는(?) 전담 플라워팀이 있고, 가끔 해외의 유명 플로리스트를 초청해 새로운 플라워 세팅을 선보이는 행사를 열 정도로 꽃에 진심이다. 신부대기실부터 식장의 원형 테이블 (그것도 2가지 타입을 섞어서 했다), 사각 테이블, 버진로드까지 모든 곳의 꽃을 내 마음대로 색감과 종류, 배치를 고를 수 있다. 이를 위한 플라워 미팅이 계약 후에 별도로 진행되는데, 이때에도 조선호텔 2층의 전문 상담실에서 쾌적하고 고급진 서비스로 진행되어 마음에 들었다.
다만 그래서 꽃을 얼마나 추가했는지는 사실 이제 가물가물한데(...) 어찌되었든 꽤나 마음에 들게 아쉽지 않게 넣었고, 특히 신부대기실에 팍팍 꽃을 추가하면서 마음에 드는 사진을 잔뜩 건졌다.
식을 마치고 나면 하객들이 생화를 직접 골라 가져갈 수 있도록 하고, 이 때 식장 바깥에서 플라워팀이 직접 꽃을 예쁘게 꽃다발로 말아주는데, 꽃이 칭찬을 많이 받은 덕에 히트를 쳐서 그 많은 꽃을 남김없이 가져가셨다고 들었을 때에는 정말 뿌듯했다!
생각보다 할 말이 많아 글이 너무 길어지니 나머지는 2부로 나누어서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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